TV조선- [판 포커스] 황창규 KT 회장은 왜 그랬을까

기사 등록일 2017. 03. 28

[앵커]
KT는 민간 기업입니다. 정부는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국민연금이 10%, 소액주주가 65%로 국민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T는 늘 정치권의 입김에 시달렸습니다. 반도체 신화를 만든 황창규 회장, 낙하산은 없다고 천명했지만 청와대의 요구 앞에선 그 약속을 지키기 힘들었던걸까요.

판 포커스입니다.

 

[리포트]
탄핵 결정문에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은 삼성일까? 아닙니다.

이정미 / 전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
“안종범을 통해 KT에…” “KT의 광고대행사로..” “KT로부터 68억여원에 이르는..”

KT입니다.

지난해 6월 방영된 KT의 TV 광고입니다. 무슨 서비스를 알리려는 건지… 아이돌 그룹이 계속 춤만 춥니다. 광고 제작사는 설립 8개월 밖에 안 된 신생사 플레이그라운드, 실소유주는 최순실입니다.

KT가 플레이그라운드에 몰아준 광고는 68억원.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KT에 낙하산 인사 2명을 채용하게 했습니다. 또 이들이 광고 업무를 맡도록 보직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안 전 수석의 진술서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이 KT의 광고를 걱정하며 특정 인물을 거론했다고 나옵니다.

1994년 국가기록원 영상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인 256메가 D램을 개발했습니다.”

화면 중앙에 앉은 사람. “삼성반도체연구소 황창규 박사팀이…” 황 회장은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었습니다.

2014년 그는 많은 기대 속에 KT 회장에 올랐습니다. 취임 직후 이제 ‘낙하산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전임 CEO가 외부에서 뽑은 임원을 37명이나 내보냈습니다.

황창규 / KT 회장 (2014년 5월)
“인사의 원칙은 첫째도 전문이고, 둘째도 전문이고, 셋째도 전문입니다. 전문성 없는 사람은 전 안 씁니다”

황 회장이 첫 시험에 든 건, 이 말을 한 지 불과 석 달 뒤입니다. 52살 조모씨, 2014년 8월 KT 회장실에 전화를 겁니다. 문고리 3인방, 이재만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이름을 댑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낼테니 취업시키라고 합니다.

다음날 조씨는 스스로 황 회장을 찾아갑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합니다. 물론 사기였습니다. 이재만이라는 권력 실세, 권력에 유독 약한 KT의 특성까지 정확히 꿰뚫어 본 대담한 수법입니다.

다만 황 회장은 속지 않았습니다.

KT 관계자
“청와대 쪽을 사칭했기 때문에 그쪽에 얘기해서 이런 사람이 우리 쪽에 요청이 왔는데 이게 맞느냐…”

오늘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황창규 회장. 청와대 인사청탁이 여러번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동수, 신혜성 두 사람은 달랐습니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이 여러 차례 전화했고,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하니 큰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을 광고 담당 보직으로 바꾸라는 요구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부탁을 들어줬다고 했습니다.

KT는 민영화 16년이 됐지만, 권력자들은 KT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반도체의 신화, 황창규 회장은 다를 줄 알았는데, 그 역시 권력 앞에서는 별 수 없었나 봅니다.

판 포커스였습니다.

김수홍 기자 s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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