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 [단독] 기업은행, ‘KT ENS’ 관련 불완전판매 “나몰라라”

KT ENS 관련상품 판매하며 KT라고 강조해 투자자 혼동케…불완전판매 시인 후에도 배상 회피

 
기업은행 본점. / 사진=IBK기업은행

기업은행 본점. /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4년 발생한 KT ENS 특정금전신탁 사태와 관련, 불완전판매와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한 후 투자자들에게 일부 손해 배상을 할 수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뤄온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기업은행에서 판매한 KT ENS 특정금전신탁에 투자해 2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한 투자자는 “부지점장이 나를 만나 ‘기업은행에서 불완전판매를 한 만큼 책임 보상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며 “이 부지점장은 ‘지금 은행에선 누구 하나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사실은 은행에서 지급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KT ENS 사태 이후 자본시장법 제55조와 제104조를 근거로 투자자에게 손실보전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해왔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금융신탁업자는 수탁한 재산에 대해 손실 보전이나 이익 보장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강행규정이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 또는 벌금 등 처벌받는다.

문제는 해당 특정금전신탁 지급 유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기업은행에서는 이 상품에 불완전판매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 사실에 대해 은행 측도 불완전판매 사실을 시인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투자자뿐아니라 은행에도 손실 책임이 있다는 것이디.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상 손실보전 금지가 있어 상품 투자로 인한 원금 손실이 생기는 경우 금융사가 손실 보전을 못 하는 것이 대전제이자 기본”이라며 “다만 불완전 피해가 100% 확실하게 일어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불완전 판매가 사실이라면 금융사에서 일부 손해액을 고객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고객과 손실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경우에는 금융사가 고객에게 손실보전을 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문제 삼기 어렵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불법, 부당 행위에 대한 조치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은 투자상품이다. 자산운용사에서 구성해서 은행에서 판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초 사업장에 대한 정리절차를 하고 있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전체 채권 중 못 갚는 금액이 확정될 것이다. 그 금액을 나눠서 KT ENS가 100% 현금 변제하기로 했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였고 올해 12월 31일부터 회생절차가 진행되면 2024년까지 분할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이런 설명이 제대로 투자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았고, 해당 회사가 물어야 할 채무만 1000억원이 넘어간다”며 “KT가 이 회사를 살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파산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아무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가 망하면 그때는 문제가 된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T ENS 사태는 2014년 2월 KT ENS의 협력업체인 NS쏘울 대표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방식으로 은행에서 빌린 2800억원을 횡령한 후 잠적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KT ENS 내부 공모가 있었다.

KT ENS는 특수목적법인(SPC)들을 만들어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에 나섰고 NH투자증권이 이 자산을 유동화하는 ABCP 발행을 주관했다. KT ENS가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신용을 보강한 것이다.

하지만 KT ENS 내부 직원이 협력사와 함께 대규모 사기 대출을 벌이면서 KT ENS는 그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기업은행 등이 판매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의 지급유예가 발생했다.

기업은행은 해당 신탁 상품이 지급 유예가 될 때까지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다. 투자손실 예상액 1010억원 가운데 기업은행이 판매한 금액은 618억원, 개인투자자만 485명이다. 문제는 사태가 터지자 해당 ABCP를 특정금전신탁으로 묶어 판매한 기업은행 지점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기업은행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이 지점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KT ENS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KT’라고 강조하면서 투자자를 혼동시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또 고객 도장을 직원이 계약서에 대신 찍고,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 후 기업은행 지점 직원(팀장급)이 고객에게 써준 경위서. 이 경위서를 써준 직원은 이후 6개월 간 휴직계를 냈고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았다. / 사진=이용우 기자

불완전판매 후 기업은행 지점 직원(팀장급)이 고객에게 써준 경위서. 이 경위서를 써준 직원은 이후 6개월 간 휴직계를 냈고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았다. / 사진=이용우 기자

2억 상당을 해당 상품에 투자한 한 고객은 “투자자 정보 확인서에서 고객 투자 성향을 묻는 질문지를 작성한 적도 없는데 금감원에서 직원·고객 삼자 대면을 할 때 이 확인서가 나왔다”며 “자세히 보니 내가 쓴 서명이 아니었다. 심지어 고객 연소득란에도 내가 소득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결혼 후 직업을 가져본 적 없는 주부다. 소득이 있는 것처럼 꾸며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자도 해당 정보 확인서를 받았지만 소득이 없음에도 연 3000만원 미만 칸에 체크가 된 것을 확인했다. KT ENS 사태가 터지자 해당 상품을 판 직원(팀장 급)은 경위서를 은행과 고객에게 제출했다. 경위서에는 “은행용 투자자 정보 확인서 설명 없이 본인은 투자자 서명란에 자필 서명하라 하고 도장을 본인(직원)이 했고, 고객용은 배부 안했음. 세부내역서 설명없이 도장을 본인(직원)이 찍었음. 고객확인서 사항란에 본인(직원)이 자필 체크하였고, 본인(직원)이 도장찍었음”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 경위서를 쓴 팀장은 이후 6개월 간 휴직계를 낸 후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았다.

한 시중은행 신탁부서 부장은 “신탁 신규 계약을 할 경우 당연히 계약서를 써서 교부하는 게 정상”이라며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사태가 터진 후 금감원은 조사를 통해 일부 지점에서 불완전판매가 진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업은행도 “일부 지점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당시 금감원은 “해당 불완전판매가 일부 인정돼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배상액 결정을 위한 손해액을 확정할 수 없어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를 각하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단체에선 금감원이 실수했다고 주장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 잘못한 부분”이라며 “손해액이 확정되든 안 되든 확정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법원에서 상환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금감원이 다시 각하와 다른 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기본적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은행 등을 조사해서 그 기준대로 판단을 내려야한다”며 “금감원은 지금처럼 손해액이 확정이 안 됐다며 그냥 넘긴다. 법적 분쟁이 생기면 손을 놓는다. 사법부 판단에 맡기면 금융소비자는 길게는 4, 5년이라는 긴 소송시간을 견뎌야 한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편을 들면서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판단을 안 하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해당 상품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이 상품을 KT ENS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직원이 통장에도 ‘케이티’라고만 적어줬다. 누가 KT 자회사인 KT ENS라고 생각하겠나”라며 “투자자 설명회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어떻게 질지에 대해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 투자자와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를 한다. 전형적인 발 빼기다. 개인 피해만 늘고 있다. 은행 직원이 나서 투자자를 모아놓고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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