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 국민연금 거수기 오명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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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큰손 국민연금 거수기 오명 씻을까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특히 국민연금의 삼성전자와 현대차 지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54%)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5.16%)보다도 많다. 전 업종에 걸쳐 10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의사에 따라 주요 안건의 가부가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ㆍ다가온 주총 시즌…주주권 제대로 행사할지 주목

증시 큰손 국민연금 거수기 오명 씻을까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5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이자 국내 기관투자가의 맏형 격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끼칠 줄 알고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공신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주총 시즌에서 기업의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가 국민연금의 향후 기금 운용 방향을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집계를 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285개다. 2012년 말(221개사)보다 64개사, 29% 늘었다. 국민연금 보유 지분이 10% 넘는 상장사도 76곳에 달한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포스코(10.88%)와 네이버(10.56%)를 비롯해 상장사 10곳에는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국민연금은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63곳에도 5% 이상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9.03%), 삼성생명(5.0%), 삼성물산(5.96%) 등 8개사 지분을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 지분도 10.09% 보유했다. 현대차그룹에 끼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현대차(8.02%)를 비롯해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9.02%) 지분도 보유했다.

 

당장 오는 17일 현대차 주총에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국민연금이 찬성할지가 관심거리다.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1년 정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으나 2014년에는 찬성했다. 국민연금 측은 “10일 투자위원회에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국민연금이 대량 보유한 국내 상장사 지분 가치는 10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의 7%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58조3000억원인 기금 적립액 대부분을 금융부문에 투자하는데, 이 중 18%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운용하는 주식 투자액의 규모나 영향력에 비해 기업경영의 감시자로서 역할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총에 상정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비율은 14% 내외에 그쳤다. 이 마저도 대부분은 배당 비율 등에 관한 안건이었다. 반면 네덜란드 연기금(APG)의 반대율은 20.8%인 등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의 책임과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자율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라 주가 상승률이 예전과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이 그런 역할을 맡으라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일관성 있게 추진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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