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KT 이사회전에 미르재단에 11억 지급 약속” 법정공방

 

황창규 연임 효력정지 가처분 재판열려…“KT 회장 인사 사실상 청와대가 관리” vs “미르출연 사회적 공헌 문제없어”

2017년 02월 27일(월)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새 KT회장 후보로 추천된 황창규 회장이 KT의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재단법인 미르에 11억 원의 출연 약속을 한 사실에 대해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KT 측은 미르 재단 11억 원 출연과 관련해 이사회를 거쳐 정상적으로 출연했다고 반박하는 답변서를 냈으나 이사회 이전에 11억 원 출연 약정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황창규 KT 회장 측이 미르 출연 등과 같은 최순실 게이트에 어떻게 연루됐는지 경위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5부(재판장 이재근 부장판사)가 27일 오후 개최한 ‘황창규 회장 추천 이사회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에 출석한 채권자(신청인)와 채무자(KT)측 변호인들은 KT의 미르출연 과정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가처분 신청인 조태욱 씨 등 소액주주의 변호인인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KT의 이사회 결의의 ‘실체적 하자’에 대해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 있다”며 “채무자(KT)가 (재단법인 미르에) 출연을 한 날 출연약정서를 한 것은 2015년 10월26일”이라며 “검찰 공소장에도 있다. 그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서 승인해야 하나 그 이후인 2015년 12월10일에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의가 나중이라는 것이냐’는 재판장 심문에 신 변호사는 “그렇습니다. 공소장에도 기재돼 있다”며 “(최순실의) 공소장을 추가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측의 김용상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미르재단 출연에 관련해서 출연시기가 10월이라는데 아니다. 자금집행에 관해 하자가 없다”며 “(채권자 변호인이) 10월26일을 출연하기로 한 약속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는 이사회 결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KT 주장은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입금한 것은 12월18일이고, 이사회는 12월10일이므로 하자가 없다는 것이며, 이날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도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미르재단에 11억 원을 출연하기로 약정한 것은 10월26일로 이사회 결의보다 앞서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신인수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약정한 것 자체로도 KT라는 법인에 채무를 부담하게 한 행위이므로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하지 않고 약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KT 등이 사전 검토절차를 지키지 않고 미르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안종범이 같은날(2015년 10월24일) 오후 갑자기 이아무개에게 전화해 ‘재단법인 미르의 출연금 규모를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라. 출연 기업에 KT, 금호, 신세계, 아모레는 반드시 포함시키고,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에도 연락해보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더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아무개는 피고인 안종범과 최순실이 추가로 출연기업으로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롯데, KT, 금호, 신세계, 아모레,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7개 그룹과 전경련이 추가한 LS와 대림 등 2개 그룹에는 ‘청와대의 지시로 문화 재단을 설립한다. 출연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검찰은 “위와 같은 요청을 받은 18개 그룹 중 현대중공업(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과 신세계(문화분야에 이미 거액투자)를 제외한 16개 그룹은 재단의 사업계획서 등에 대한 사전 검토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창규 회장의 변호인(김앤장 법률사무소)이 법정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황 회장 측은 “채무자(KT)가 2015년 12월18일 재단법인 미르에 11억 원을 출연하기에 앞서 2015년 12월1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며 ”채무자의 출연행위에 앞서 이사회 결의가 있었던 이상 채무자의 출연행위에는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황창규가 이사회 규정을 위반하였다거나 업무상 배임을 하였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KT가 공식문서를 통해 이같이 미르 출연 과정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KT는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을 두고 설립 취지에 공감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출연하게 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 KT 소액주주이자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태욱씨. 사진=조현호 기자
▲ KT 소액주주이자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태욱씨. 사진=조현호 기자

KT 변호인의 답변서를 보면, KT측은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전경련이 사회공헌 확대사업 및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 사업의 일환으로 회원사인 채무자에게 공익재단 미르에 대한 출연을 요청했다”고 “미르 재단은 해외 문화교류, 문화상품해외진출 지원, 문화 콘텐츠 창작지원, 한중 문화협력 교류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었고, 미르 재단 설립 취지에 공감해 채무자(KT)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재단 미르에 출연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르 재단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익 재단으로 보고 출연했으니 문제가 없다며 마치 최순실 안종범 등의 범죄행위에 동원된 것을 정당화하는 표현까지 쓴 것이다.

이밖에도 이날 가처분신청을 낸 소액주주 조태욱씨는 법정에서 이사회 내의 여러 위원회 가운데 CEO추천위원회 운영규정만 KT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아 주주들이 CEO추천과 같은 주요 의결을 위해 정보접근할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날 법정에 제출된 KT 이사회의 의사록도 논란이 됐다. 신인수 변호사는 “오늘 KT가 제출한 서류들을 답변서에서 처음 봤는데 의사록을 보면 내용이 없다”며 “그냥 손글씨로 CEO를 추천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경영능력이나 어떤 비전이 있는지 이사회의 면접결과가 나타나있지 않은 있으나마나한 의사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KT 같은 경우는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이기도 하고 공기업 같은 곳인데, 그동안 청와대에서 사장 선임을 관리해왔다”며 “KT가 새 CEO후보로 추천하면 그 사람을 ‘CEO후보로 추천했습니다’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황창규 회장의 경우는 안했다”며 “보도자료를 낼 수도 없고, 내지도 않고 내서도 안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했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 KT 보도자료도 없고, 홈페이지에도 없다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KT CEO 추천의 운영규정에 현 회장의 연임시 우선적으로 단독심사만 거치도록 한 것의 위법성에 대한 공방도 벌였다.

KT측의 김용상 변호사는 “절차를 위반했다는 채권자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며 “단독심사 규정이 CEO추천위원회에 명시돼 있고, 제정된 이후 여지껏 적법하게 유지돼 왔다. 이석채 전 회장도 단독심사를 진행해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KT측 변호사도 “채권자(조태욱씨등)가 침해당한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채권자 측인 신인수 변호사는 황창규 회장 연임 결정이 KT 정관에서 위임하는 취지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신 변호사는 “주주들은 오는 3월 주총에 황창규 후보자에 대한 찬반투표 밖에 할 수 없다”며 “더 훌륭한 후보자가 나올 수 있음에도 황창규 찬반투표밖에 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주주들의 권리와 회장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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