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이사회에 바란다
내일 KT 긴급 이사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현모 사장 해외 일정에 맞추느라 뒤늦게 개최된다는 눈총까지 받는 이번 이사회에 대해 KT구성원은 물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습니다. 특히 아현화재로 인한 통시대란에 이어 3년 만에 또 다시 발생한 전국 규모 통신불통은 국민기업 KT의 존립 이유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번 이사회에서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여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 방안과 문책을 이루어내지 못 한다면 KT의 미래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KT새노조는 긴급 이사회개최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우려와 호소를 전하고자 합니다.
1. 먼저 이사회는 이번 통신대란에 대해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와 책임있는 반성을 표해야 합니다. 이런 반성의 자세로 불통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할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2012년 제주 7대경관 가짜국제전화 사건 당시에도 경영진이 진실을 숨기고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음을 이사회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2. 구체적으로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느 물리적 장비에서 어떤 논리적 작업을 하다가 전국 통신망 불통 사태가 발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부산에서 야간작업 승인을 했는데 주간에 작업하다가 전국망이 모두 다운됐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특히, 구현모 사장이, “원래 야간에 해야 할 일을 작업자가 주간에 해버렸는데 어쨌든 저희 잘못이다”라고 해명했는데,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KT직원이 아닌 외부인이 마음대로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작업을 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기본적인 출입통제 등 물리적 보안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는 뒤집어서 보면, 외부 세력이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KT기간망을 제어하기 위해 A급 시설에 접속할 수도 있다는 매우 심각한 보안 문제를 KT가 방치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현모 사장이, “재발 방지를 위해 테스트베드를 운영해서 (본 작업 전) 한 번 더 테스트를 하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국이 아닌 국지적인 범위에서만 영향이 미치도록 하겠다”라고 대책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는 대책이 아니라 기본도 KT가 하지 않았다고 자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형식적 원인 분석과 대책 발표가 아니라 책임 소재에 대한 분명한 규명과 공개만이 향후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사회는 모든 전문가와 국민이 납득할만큼 구체적으로 사고 원인과 대책을 투명한 공개해야 합니다.
3. 사고 직후 디도스 공격에 따른 망셧다운이라고 발표한 경위도 밝혀져야 합니다. 홍보실 주도의 이러한 어설픈 발표는 KT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높였다는 점에서 누가 어떻게 외부 디도스공격으로 판단해서 이를 공식 발표했는지도 밝혀져야 합니다. 특히 내부 전문가들은 KT 보안 수준이 디도스공격을 착각할리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그렇다면 아닌줄 알면서도 디도스 공격이라고 거짓 발표를 한 셈인만큼 이 과정의 진실도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4. 이번 이사회의 주요 현안이 보상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상 논의에 앞서 아현화재의 판박이 사건이 재발한만큼 이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먼저 단호하게 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아현 화재 이후 100억 원에 달하는 임원진의 성과급 환수를 즉각 결의하여야 합니다.
5. 지금 KT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KT 차원의 총체적 반성과 혁신 그리고 문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은 이제 이사회의 몫입니다. 그 동안 우리 KT새노조는 통신 기본을 망각한 경영진에 대해 수차례 우려와 비판을 제기했으나 늘 대답없는 메아리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시한번 이사회에 근본적 혁신을 위한 KT새노조와의 대화를 강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