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깨알같이 챙겨주곤 “최순실 회산 줄 몰랐다”?

[탄핵 빨간펜] ‘박근혜 최종 입장’ 해부 ②

[오마이뉴스 글:안홍기, 편집:김예지]

▲ 새해 첫날 기자들 만난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제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입장은 “모든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특히, 대기업·공기업에 압력을 넣어 자신의 비선측근 최순실씨의 광고업체와 스포츠마케팅업체, 최씨 지인의 회사에 일감을 준 권한남용 부패 혐의도 부정하고 있다. ‘내가 추천한 업체가 최순실과 관련됐는지 몰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박 대통령 대리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소추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최종 입장’을 해부했다. 박 대통령은 ‘몰랐다’는 답변을 선택했지만, 정말 몰랐다면 ‘대통령직 수행 능력 없음’을 입증하는 꼴이다.

[KD코퍼레이션] 2013년 10월 보고받아 2016년 5월 순방까지 동행

“정호성 비서관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의 소개서를 받은 후 안종범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유망한 중소기업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그 기술력을 국내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있다.”

“KD코퍼레이션이 최순실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최순실은 2013년 10월경부터 여러 차례 KD코퍼레이션에 대한 자료를 정호성 당시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전달했다. 1월 19일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선 정호성 전 비서관은 “저한테 최씨가 KD코퍼레이션과 관련해 얘기한 것은 현대자동차와 관련해선 기억이 없고, 로얄더치쉘이라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기업에 납품하는 것과 관련해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에 KD코퍼레이션 관련 내용이 전달된 기간은 매우 길다. 이 회사의 현대차 납품이 성사된 것이 2015년 2월인데, 박 대통령은 이 회사 관련 문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 안 전 수석으로부터 ‘특별 지시사항 이행 보고서’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KD코퍼레이션의 대표는 2016년 5월경 대통령 프랑스 순방 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까지 했다.

정 전 비서관 말로 미루어선 처음엔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전달되던 KD코퍼레이션 자료가 나중엔 최씨에게서 박 대통령에 직접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이 다른 중소기업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보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없다”고 답했다.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한 회사도 아닌 한 중소기업에 대통령이 이토록 큰 관심과 혜택을 주는 것을 액면 그대로 ‘중소기업 돌보기’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 차은택 등 첫 공판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 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앞줄 왼쪽), 송성각 전 한국컨텐츠진흥원장(앞줄 가운데),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앞줄 오른쪽), 김경태 크리에이티브 아레나 대표(뒷줄 오른쪽), 김홍탁 더플레이그라운드 대표(뒷줄 오른쪽 세번째)등이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플레이그라운드] 유능하다니까 대기업 광고 몰아준다?

“플레이그라운드가 ‘유능한 인재가 모여 있는 광고회사’라고 들었으나 위 회사를 위해 안종범 수석에게 ‘대기업에 광고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부탁한 사실은 없으며, 또한, 위 플레이그라운드가 최순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피고인 안종범은 2016년 2월 15일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의 회사소개 자료를 건네받으며 ‘위 자료를 현대자동차 측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라고 기재돼 있다. 현대자동차가 원래 광고를 맡기던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에 플레이그라운드를 대신 끼워 넣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4월부터 5월까지 70억여 원 어치의 현대차 광고를 수주했다.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또 “안종범은 2016년 2월 15~22일 사이에 진행된 대통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8개 그룹 회장들과의 단독 면담이 모두 마무리될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는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재단 일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기업 총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였으니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적시됐다.

플레이그라운드는 KT의 광고를 따내기도 했다. 안 전 수석 공소장에는 “2016년 2월경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고 황창규 KT 회장에 전화를 걸어 ‘VIP 관심사항이다. 플레이그라운드라는 회사가 정부 일을 많이 하니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고 적시돼 있다. 2016년 3월 30일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최종 선정된 플레이그라운드는 68억여 원 어치의 광고를 수주했다.

박 대통령이 플레이그라운드를 챙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 전 수석의 2015년 12월 26일자 수첩에는 ‘미르재단과 정부부처, 플레이그라운드를 연결해 유네스코 사업의 일환인 개발도상국 원조사업을 한국이 적극 주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수석은 지난 1월 17일 탄핵심판 증인 신문에서 “(박 대통령이) 전화를 해 UN에서 소녀들의 건강을 위한 주제로 연설한 게 있으니 이행하는 차원에서 미르재단과 부처들이 TF를 만들어서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플레이그라운드의 일감을 챙겼던 이유를 “유능한 인재가 모여 있는 광고회사로 들었다”고 하고 있지만 그 같은 정보를 전달한 이가 누구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이 차명으로 주식 70%를 보유한 회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인 7일 오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포스코의 배드민턴팀 창단] 더블루K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을까?

“2016년 2월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면담하면서 국가발전 기여 차원에서 스포츠팀 창단을 권유한 사실은 있다. 배드민턴팀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더블루K의 자문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

“더블루K는 유명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로 K스포츠재단과 협업하는 회사로 들었으나 최순실과 관계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권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 직후 안종범 수석이 조성민 더블루K 대표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또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은 탄핵심판에서 자신이 전화번호를 알려줬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포스코의 스포츠팀 창단 진행 상황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조성민 대표의 이름과 포스코,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계획이 메모 돼 있다.

또 더블루K는 지난 2016년 1월 12일 설립돼 사실상 최씨가 운영해왔다. 박 대통령이 권 회장을 만날 땐 설립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에게 ‘유명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라는 잘못된 얘길 들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KT에 인사청탁] 유능하면 대통령이 대기업 취직시켜 준다

“‘이동수와 신혜성은 홍보 분야 전문가들이기 활용할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한 사실은 있으나 KT를 지정한 기억은 없다. 역량 있고 훌륭한 사람이란 말을 듣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차원이었다.”

이동수와 신혜성보다 역량 있는 홍보 분야 전문가들은 흔한데, 그 수많은 홍보 전문가들을 모두 대통령이 나서서 대기업에 취업시켜 줄 것인가.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안종범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특정 대기업에 인사청탁을 한 사례가 그 전에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선 박 대통령이 이들의 채용 관련 언급을 하며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의 청탁으로 KT의 홍보 분야 요직을 꿰찬 이동수는 2016년 2월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최순실의 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플레이그라운드가 심사 결격 사유가 있었음에도 광고대행사로 지정된 과정을 보면, 단순히 ‘능력 있는 사람 취업시켜라’는 차원의 지시가 아니었음이 명백해진다.

[그랜드코리아레저 휠체어펜싱팀 창단] 부인 어려울 땐 “기억 안 나”

“안종범 수석에게 그랜드레저코리아 대표와 더블루K 대표를 서로 소개해주라고 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더블루K는 유명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로 K스포츠재단과 협업하는 회사로 들었으나 최순실과 관계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포스코의 배드민턴팀 창단 관련 부분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은 누구에게 더블루K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들었는지, 관련 부서에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리고 왜 특정 업체에 대한 반복돼 온 추천을 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자신의 행위가 공정거래를 해치는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부분은 다른 관련자들로부터 명백한 진술과 증거가 있어 부인하기 힘든 대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에 휠체어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창단과 운영 업무대행을 최순실의 회사 더블루K가 맡도록 하는 과정에도 마찬가지다. 2016년 1월 23일 안종범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와 함께 조성민 더블루K의 전화번호도 받았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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