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갑질 피해’ 통신 대리점 보상금…‘교회 기부’ 위장 우회지급 의혹

ㆍ점주, 위로금 3억원 외 합의 중재한 교회서 2억 받아
ㆍKT “기부” 교회 “고기값”…책임 축소 의도 가능성

대리점에 대한 ‘갑질’ 논란을 빚었던 KT가 대리점주에게 줄 보상금 성격의 돈을 교회 기부금 형식으로 ‘우회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회공헌에 써야 할 돈을 기업 책임으로 인한 갈등 처리에 소모했다는 것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KT는 ‘갑질 피해’를 주장하던 대리점주 ㄱ씨에게 3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한 것과 별개로 2015년 6월 ㄱ씨가 후원하던 ㄴ교회에 5500만원을 기부했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도 ㄴ교회에 총 1억4500만원을 입금해 총 기부액수는 2억원이 됐다. 한편 KT가 교회에 2억원을 기부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 3차례에 걸쳐 ㄴ교회로부터 ㄱ씨에게 2억원이 입금됐다. 시기와 액수만 놓고 보면 KT가 ㄱ씨에게 줄 5억원의 보상금 중 2억원은 교회 기부금 형식으로 편법 지급했다고 볼 여지가 높은 셈이다.

 

하지만 KT는 교회에 준 2억원은 보상금이나 위로금이 아니라 순수 기부금이라고 강조했다. 이덕희 KT 대외협력담당 상무는 “당시 피해를 주장하는 대리점주들에게 줄 재원이 정해져 있어 보상금으로 3억원 이상은 곤란했다”며 “2억원은 중재를 위해 노력한 교회에 준 기부금일 뿐”이라고 했다.

교회 역시 KT와 같은 입장이다. ㄴ교회 부목사 ㄷ씨는 “KT가 준 2억원은 사회공헌 차원의 기부금이고 교회가 ㄱ씨에게 준 2억원은 그가 노숙인 급식 사업을 위해 납품한 돼지고기값일 뿐”이라고 했다. KT로부터 받은 돈이 그대로 ㄱ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ㄱ씨는 “고기는 지난 15년간 기부한 것일 뿐이고 만약 교회가 사건 중재를 맡지 않았다면 KT가 2억원을 줄 리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KT와 대리점주 간 갈등을 오랫동안 지켜본 KT 새 노조의 한 조합원도 “회사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다른 피해자들을 의식해 보상금이 적어 보이게 하기 위해 희망나눔재단의 사회공헌기금을 동원한 것 같다”고 했다.

김동규 경제민주화넷 공동사무처장은 “KT가 본사 잘못으로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기부금으로 처리했다면 본사 책임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려는 ‘꼼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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