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연임할까 안할까, KT 황창규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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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판박이… 흑자 불구 실제 경영 성과 평가 엇갈려
황창규 KT 회장이 2016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GC 리더스 서밋 2016’ 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KT 제공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연임을 선언하자 이제 재계의 관심은 2017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KT 황창규 회장의 연임 여부에 쏠리고 있다. 포스코와 KT의 회장 자리는 닮은 점이 많다. 두 기업 모두 공기업에서 민영화됐고, 오너가 없는 데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터라 회장직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 정권 초기 신임 회장의 임기가 시작돼 정권 말에 임기가 끝난다는 점도 유사하다.

황 회장의 경우 연임을 선언한 권 회장과 내·외부 환경이 유독 판박이처럼 똑같다는 점도 흥미롭다. 황 회장과 권 회장 모두 취임 초 ‘창사 이래 첫 적자’라는 악재를 나란히 안고 시작했다. 임기 중 무난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실제 경영 성과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리는 점도 똑같다. 둘 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있는 점도 일치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황 회장도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정작 본인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황 회장의 정확한 임기 종료일은 2017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까지다. 2016년의 경우 3월 25일에 주총이 열렸다. KT는 3월 주총이 열리기 60일 전에는 차기 회장(최고경영자)을 추천하기 위한 CEO추천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올해 3월 주총 일정을 감안하면 2017년 1월 넷째 주를 전후로 CEO추천위가 꾸려지므로, 황 회장이 연임 생각이 있다면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연임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황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회사 내부에서는 황 회장의 성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황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던 이석채 전 회장이 2014년 초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후 구원등판했다. 황 회장 취임 초 KT는 분명 위기였다. 이 전 회장이 주력사업인 통신 외 다른 수익을 찾기 위한 이른바 ‘탈(脫)통신’에 매진한 나머지 그룹은 비대해졌고, 금고는 바닥날 지경이었다. CEO스코어 집계를 보면 이 전 회장 재임 기간 중 계열사는 56개까지 늘어 이전(17개)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 전 회장이 사들인 회사는 수익성 논란이 제기됐고, 리스 사업 등을 명목으로 처분한 부동산들은 배임 논란에 시달렸다.

황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월급을 반납했다. 임원들에게 전원 사표 제출을 지시하고, 연일 이메일과 사내 담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사내 개혁을 주문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 출신인 황 회장이 ‘삼성 DNA’를 KT에 심으려 한다”는 촌평이 나왔다. 높아진 업무 강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황 회장은 방만해진 조직을 정리하고, 업계에서 ‘망가졌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던 본연의 통신사업을 일으키려 애썼다. 탈통신부문 핵심 계열사였던 당시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하고, 통신부문 영업조직 재건과 지원에 나섰다.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에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명예퇴직 인원은 무려 8304명, 소요된 명예퇴직 비용만 1조원이 넘었다. 그간의 부실과 명예퇴직 비용 지출 등으로 KT는 그해 406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인건비 절감과 KT렌탈 매각으로 1조원가량 자금을 확보하면서 2015년엔 1조2929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 9월까지 영업이익은 1조2136억원을 기록해 4분기까지 합칠 경우 지난해 실적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영업적자를 극복해온 일련의 과정들이 황 회장 리더십의 성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 취임 후 부채비율이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137%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며 “경쟁이 치열한 통신시장에서도 2012년 24.7%였던 LTE 시장 점유율이 올 9월 기준 30.8%까지 오르는 등 통신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황 회장 재임 기간 중 서비스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 점도 성과로 들었다.

반면 KT의 제2노조에 해당하는 KT새노조의 평가는 박하다. KT새노조는 2014년 실시된 대규모 명예퇴직 이후 인건비가 매년 6000억원가량 줄어든 점을 들어 황 회장의 경영성과를 비판하고 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적자를 본 2014년을 제외하고, 2013년 대비 2015년 영업이익은 5600억원이 증가했다”며 “이는 사실상 명예퇴직을 통한 인건비 감축 효과일 뿐 황 회장의 경영성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문제는 황 회장이 시민단체와 노동계로부터 두고두고 비판받는 사안이기도 하다. KT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위로금 등 처우 수준도 회사 차원에서 최대한 높게 배려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명예퇴직 강요 의혹 등이 공공연하게 불거진 건 사실이다. KT새노조 측은 “명예퇴직 과정에서 퇴직 인원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삿짐 박스를 주며 퇴직을 강요하고 지방 발령을 위협하는 등의 반인권적 행위가 확인됐다”며 황 회장의 노동인권 점수에 최하점인 ‘F’를 줬다.

황 회장 연임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최순실’이다. 검찰이 11월 20일 발표한 최순실 등의 수사 결과를 보면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직권을 남용해 KT에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각각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토록 강요했다. 이들을 채용한 KT는 이 전무를 통해 최순실이 실소유주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줬다.

강요든 자의든 최순실에게 협조한 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검찰 조사를 받은 데 비해 황 회장은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 ‘사안이 경미해서’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외압이 있었다고는 하나 핵심 직위의 임원을 2명이나 영입해 최순실 게이트에 회사가 연루되게 만든 건 엄연히 황 회장 책임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정권 입김이 큰 KT 회장 입장에서는 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나오지만 게이트 관련 파장이 커도 너무 크다.

더욱이 이동수 전무를 영입할 당시 이 전무가 직책으로 받은 ‘브랜드지원센터장’은 당초 KT에는 없던 자리다. 이 때문에 이 전무가 부임해올 당시부터 사내에서는 그 배경 등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신 상무의 경우 KT에 들어간 이 전무가 자신들 생각대로 잘 움직이지 않자 최순실 측이 추가로 KT에 채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신 상무는 입사 후 플레이그라운드로의 광고 집행건만 ‘성사’시킨 후 몇 달 만에 퇴직했다.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가면서 이 전무를 채용한 점, 여기에 더해 신 상무까지 추가로 영입한 점 등을 들어 시민단체들은 황 회장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최순실 측에 협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황 회장은 최근 열리고 있는 차은택씨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KT는 “검찰이 채택한 증인만 수십 명인 것으로 안다. 아직 황 회장의 재판 참석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황 회장이 진정 연임 생각이 있다면 최순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털고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KT에 대통령 권행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총리의 자녀가 근무하고 있는 점을 들어 황 회장이 연임 문제에 있어 ‘후광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황 총리의 자녀는 2012년 KT에 공채로 입사해 현재 사무직에 종사 중이다. KT 관계자는 “황 총리 자녀의 근무 여부는 황 회장의 연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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