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 [목요일 아침에] 포스코, KT 그리고 산업은해

 

[목요일 아침에] 포스코, KT 그리고 산업은행

임석훈 논설위원
민영기업인데도 권력의 먹잇감
정권 교체기마다 각종비리 연루
그릇된 인식 바꿔야 악순환 단절

  • 임석훈 논설위원
  • 2016-12-07 18:39:55
 
[목요일 아침에] 포스코, KT 그리고 산업은행

 

포스코·KT·산업은행은 공통점이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와 KT는 지난 2000년과 2001년에 민영화된, 엄연한 민간 기업인데도 정권의 먹잇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피해가나 했더니 어김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의 경우 최순실과 차은택 등이 공모해 광고계열사인 포레카를 강탈하려 시도하고, KT는 차은택이 임원으로 측근을 심어 광고 일감을 대량 수주한 행태가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포스코를 보자. 차은택 등이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강탈하려 한 의혹과 관련해 권오준 회장이 게이트 연루 기업 총수 중 가장 먼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순실 게이트도 모자라 부산 엘시티 사건에도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수사 대상으로 올라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의 파크뷰, 이명박 정부 시절 파이시티에 이어 이번에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까지, 포스코는 권력형 비리와 연결된 대형 부동산 사업마다 시공사로 참여했다.

KT는 어떤가. 차은택의 측근 인사를 주요 임원으로 선임하고 차씨와 관련 있는 업체에 광고 물량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황창규 회장도 배임죄로 고발 당한 상태다. KT에는 정권과 임기를 같이하는 낙하산 임원들이 적지 않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황 회장도 그간의 폐해를 알고 “낙하산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지켜내기가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권 회장이나 황 회장 모두 취임 초기 민영 기업으로서 이전과는 다른 포스코와 KT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다짐과는 달리 정권의 외압에 휘둘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두 기업이 권력에 고분고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정부 주식은 전혀 없다. 포스코와 KT 모두 개인 소액 주주가 60%를 넘는다. 국민연금이 1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민의 돈이라는 점에서 정권 차원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명분이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가 정부 지시나 명령을 따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가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입김을 넣고 이런저런 이권에 개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KT와는 달리 국책은행이다. 하지만 정부 입맛에 맞는 인물이 수장이 되고 결국 정권의 놀이터가 되는 모습이 닮았다. 전 행장들은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은 경우가 적지 않은데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거나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임기를 못 채운 채 낙마하는 사례가 많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근영 산은 총재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통해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2001~2003년 산은을 맡았던 정건용 전 총재도 불법 로비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창록 총재도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청탁을 받아 특정 미술관에 산은이 뇌물성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 때의 강만수 전 행장 역시 사법 처리를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 1일 부실기업에 부당대출을 지시하고 지인 기업에 이권을 몰아준 대가로 억대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포스코와 KT, 그리고 산업은행이 이 모양이 된 것은 거수기 이사회 구조, 정권을 향한 CEO의 해바라기 경영 등 이런저런 요인이 지적된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제껏 고쳐지지 않는 것은 이들을 전리품으로 여기는 권력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요리하기 쉬운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마침 다음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지고 대선 국면이 이전보다 빨리 조성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선 주자들에게 포스코와 KT, 산업은행을 자유롭게 놓아두는 게 경제살리기의 첫걸음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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