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매경포럼] 포스코·KT는 또 동네북인가

[매경포럼] 포스코·KT는 또 동네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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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 비상이다. 예년 같으면 새해 사업계획을 짜고 경영진 인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할 때다.

올해는 성격이 다르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9개 그룹 총수들이 다음달 6일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경영진의 관심은 온통 청문회에 쏠려 있다.

 
 

일상 업무는 돌아가더라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특검 4개월,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증인 출석까지 감안하면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이 없다.

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 코엑스에선 53회 무역의 날 행사가 열린다. 수출 기업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다. 무역의 날은 원래 11월 30일. 무역 1조달러 돌파를 기념해 2011년부터 12월 5일로 바꿨다. 하지만 무역 규모는 2년째 1조달러를 밑돈다. 대통령은 매년 이 행사를 찾았다. 올해는 참석이 불투명하다.

더욱이 우리 무역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대기업 총수들은 다음날 열릴 청문회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코엑스에 가보지 않아도 분위기가 짐작된다.

청문회 증인에선 빠졌지만 주목해야 할 기업이 있다. 포스코와 KT다. 오래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권력의 입김을 받는 기형적인 기업이다.

두 기업은 출연금만 낸 대다수 다른 그룹과는 다르다. 기업 매각이나 임원 선임 등 주요 경영활동까지 침해당했다. 포스코는 광고 자회사인 포레카 매각을 둘러싸고 심한 외압을 받았다.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받은 뒤 결국 펜싱팀 창단을 합의해줬다. 부산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선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수사 대상으로 올라와 있다.

기이한 사태가 벌어지는데도 포스코 이사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미르재단에 재산 출연을 약정하고 일주일 뒤에야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이사회 한 참석자는 “문제가 있어 보여 출연기업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르재단 이사진은 이미 최순실의 측근으로 임명된 상태였다.

KT도 비슷하다. KT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지인을 전무급으로 받았고, 나중에 광고업무 총괄로 보직까지 바꿔줬다. 최순실 측근의 부인은 상무보로 임명됐다. 이후 비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KT는 광고대행사 선정 기준까지 바꿔가며 최순실 광고회사를 밀어줬다. 최씨 측은 수수료 5억여 원을 챙겼다.

KT는 이석채 전임 회장이 낙하산으로만 20여 명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2014년 황창규 회장의 취임 일성은 ‘낙하산 근절’이었다. 황 회장의 취임 공약은 무력화됐다.

‘포스코와 KT 회장 임기는 4~5년’이란 얘기가 있다. 정권 초반 전임 정권이 임명한 회장의 비리를 캐내 쫓아내고, 새 회장을 앉히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20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두 그룹이 ‘모범적인 지배구조 기업’으로 꼽힌다는 것. 집중투표제,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회장 후보 추천위 등 여러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포스코를 4차례나 최우수기업으로 선정했고, KT엔 5년 연속 A+등급을 부여했다. 제도와 현실 경영과의 괴리를 반영하지 못한 정말 우스꽝스러운 평가다.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준조세 징수 규제법’이나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 금지’가 필요하다. 사외이사를 CEO가 아닌 과점주주들이 추천하든지, 권력 개입 시 이사회에 신고의무제를 도입하든지, 이사회 멤버에 대해 엄중한 문책을 하든지. 주인 없는 회사, ‘공유지의 비극’ 문제이면 지배주주를 찾아주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족 하나. 한 대기업 CEO가 들려준 말이다. “평소 외국 투자자들은 북한 문제나 강성 노조에 대해 묻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최순실 게이트를 물어봅니다. 창피하죠. 그땐 말을 바꿉니다. 100만명이 시위해도 한 명도 안 다치고 평화적으로 하는 나라라고요. 한때 기업 2류, 정치 4류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국민은 일류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도 ‘일류 국민’을 되새기며, 대안에 초점을 맞춘 ‘품격 있는 청문회’로 진행하길 바란다.

[김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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