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최은지 기자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이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문화계 비선실세’ 차은택씨(47)를 알게 됐고, 차씨 측근을 KT에 임원으로 앉힌 것 역시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안 전 수석과 함께 KT에 자신의 지인 이모씨(55)를 전무로 취직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11일 안 전 수석 측에 따르면 2014년 8월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과 차씨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로 출장을 가기 전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차씨를 소개했다고 한다.
당시 CF 감독으로 활동하며 민간인 신분이었던 차씨는 이 출장을 다녀온 직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출장 후에는 UAE에 한국문화원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 차씨는 한국문화원의 설립 후보지와 전시 콘텐츠 등의 계획을 담은 설립 제안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출장이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가 기획한대로 진행됐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실상 최씨가 차씨를 문화융성위원에 임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차씨가 최씨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현 정권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거듭나는 데 박 대통령의 ‘우회지원’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안 전 수석은 여전히 최씨와 차씨의 관계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수석과 차씨의 출장 후 정부는 한국문화원 설립에 36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박 대통령은 이듬해 3월 UAE 측과 한국문화원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안 전 수석 측은 박 대통령이 소개한 이 같은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차씨를 알게된 것이며, 사석에서 만난 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차씨는 안 전 수석을 가리켜 조금 아는 사이라고 언급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차씨가 측근 이씨를 KT에 취직시킨 것 역시 박 대통령의 사실상 지시가 있었고, 이를 안 전 수석이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수석과 차씨가 옛 포스코계열 광고사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 측은 말 그대로 추천인지, 압력인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차씨가 안 전 수석과 이를 공모했다고 보고 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 추가 요구한 70억원을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의 압수수색 전날 돌려주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검찰에서 롯데그룹 측으로부터 받아 추가로 진행하려던 사업을 중단시켰는데 뒤늦게 이미 돈이 들어온 사실을 알았고, 돈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중간에 해외 일정으로 공백이 생겨 돌려준 시점이 6월9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