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이 발주-기획-제작 도맡아
‘문화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씨(47·전 창조경제추진단장)가 KT의 인사에 개입해 광고 일감을 챙겼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그가 만든 KT 광고를 기획한 회사의 대표가 차 씨가 소유한 건물에 거주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민간기업이지만 ‘주인’이 없는 KT를 차 씨와 그의 측근들이 농락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 짙어진 것이다.
9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KT의 광고를 기획한 ‘헤일로에이트’의 신모 대표(45·여)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스타빌딩의 5층에 살았다. 이 빌딩은 2007년부터 차 씨와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55)가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다른 회사에 팔았다. 지금은 걸그룹 ‘티아라’ 등이 소속된 MBK엔터테인먼트의 사옥으로 쓰이고 있다.
KT는 올해 상반기 기업 업무포털인 ‘비즈메카 이지’의 광고를 광고대행사 ‘오래와새’에 맡겼는데 오래와새는 신 대표의 헤일로에이트에 다시 기획을 발주했다. 이후 광고 제작은 차 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가 맡았고, 차 씨가 직접 감독했다. 차 씨와 측근의 회사들이 KT 광고의 기획, 제작을 모두 따낸 것이다. 차 씨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구속)을 통해 자신의 측근을 KT 전무에 앉히고 광고를 따내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차 씨와의 친분에 대해 “광고업계에 23년간 몸담다 보니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인의 상가와 광고 촬영 현장에서 마주쳤을 뿐 따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차 씨의 건물에 살게 된 경위에 대해선 “전 세입자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나가려고 해 급히 새 입주자를 찾던 차 씨가 내가 애완견을 키울 수 있는 집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제안해 왔다”며 “계약 조건도 전 세입자와 같다”고 설명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신 대표가 하이트진로에서 상무로 일할 때 차 씨에게 광고를 몰아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신 대표는 “차 씨가 경쟁사 광고를 맡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영업부서 제안으로 차 씨를 스카우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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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61109/81256593/1#csidx83d9d0f445bf9e49ab4cd82a3ec85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