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47) 사단’이 인사 등 KT 경영과 사업 곳곳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올 초 영입한 김준교 스포츠단 사장
CF 제작사‘영상인’인맥과 가까워
창조경제추진단도 통신업계 유일
KT는 지난 2월 28일 자회사인 KT스포츠단 사장으로 김준교 당시 중앙대 부총장을 임명했다. 김 사장은 시각디자인 전문가로 스포츠와 무관한 인물이었지만 인사철이 아닌 시점에 ‘나홀로 인사’를 통해 영입됐다. KT는 공모 등 공식적인 사장 영입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인사 배경으로 차은택씨가 근무했던 CF 제작사 ‘영상인’ 인맥을 주목하고 있다. 차씨와 당시 김종덕 문 체 부 장관, 지난해 KT IMC 본부장으로 영입된 이동수 전무가 모두 영상인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김 전 장관은 김준교 사장과 전공이 같아 학회 등에서 인연을 쌓아 왔다. 이 전무는 디자인 석사 학위를 김 사장이 교수를 지낸 중앙대 대학원서 받았다. 전직 KT 임원은 “당시 김 사장 임명을 놓고 문체부 실력자가 개입했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KT는 “적임자를 놓고 물색한 뒤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가 더 있었는지,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어떤 점이 적임이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KT는 디자인 교수가 왜 스포츠단장으로 적임이냐는 질문에 “중앙대에서 농구·야구단 육성을 맡았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KT스포츠단 관계자는 “김 사장이 디자인과 스포츠를 결합해 새로운 마케팅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표한 뒤 영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한 대기업에서 스포츠단 운영을 맡아 온 마케팅 전문가는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흥행과 성적에 두루 신경 써야 하는 프로팀과 대학팀의 운영을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차씨는 창조경제센터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은 동안 KT를 창조경제에 앞장서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받고 있다. KT는 2014년 12월 내부에 ‘창조경제추진단’ 조직을 만들었다. KT 관계자는 “단장을 상무보가 아닌 정식 임원급으로 둘 정도로 공을 들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CR실에 신설됐던 이 조직은 1년 뒤 “실행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부사장이 실장을 맡고 있는 미래융합사업추진실로 이관됐다.
KT가 창조경제 일선에 나서는 과정에서 차씨가 가상현실(VR) 분야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지난 3월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황창규 KT 회장이 나란히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고든미디어’라는 신생 업체가 VR 관련 시연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고든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는 마해왕씨는 최순실·차은택씨가 절반씩 지분을 소요한 ‘존앤룩C&C’의 등기이사로 한때 등재돼 있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올 7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VR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문체부는 내년 예산에 VR 산업 육성 명목으로 191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야당에서는 이를 ‘차은택 표 특혜 예산’이라고 반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KT 한 직원은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KT를 먹잇감으로 삼으면 어떻게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키울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