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지난달 31일 밤 광고홍보업체 아프리카픽쳐스·플레이그라운드·엔박스 에디트 등을 압수수색했다. 모두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대표로 있거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이들 업체는 차씨를 등에 업고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쓸어담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차은택씨가 아직 외국에 체류 중인데도 사무실 수색에 나선 것은 ‘최순실 라인’임을 십분 활용해 업계에서 이권을 챙겼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을 서둘러 확보하려는 조처다.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고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내면서 정부의 각종 문화 관련 정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개월여 전 외국으로 출국한 차씨는 조만간 귀국해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밝힌 상태다.
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KT가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내보낸 영상광고 24건 가운데 아프리카픽쳐스가 만든 광고는 6건이었다. KT 광고 4건 중 1건을 차 감독이 따낸 셈이다. 이 가운데 5건은 제일기획, 나머지 1건은 오래와새가 대행했다. 연출은 모두 차 감독이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플레이그라운드도 이 기간에 KT 광고 5건을 따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이후 현대차그룹 광고도 6건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 대행사가 KT나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 광고를 여러 건 수주한 게 석연치 않다.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홍탁(55)씨는 제일기획 출신으로 업계에서 차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 관련 회사가 각종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은 이미 곳곳에서 나왔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캠페인 광고 2편을 만들 당시 계획에 없던 1억3천만원짜리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추가해 이 사업을 아프리카픽쳐스에 줬고 이 과정에서 문체부 파견 직원의 추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엔박스 에디트는 문제의 ‘늘품체조’ 동영상을 하청받아 제작한 업체다. 늘품체조는 문체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보급하는 생활체조로, 2014년 11월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준비한 ‘코리아체조’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돌연 끼어들었다. 문체부는 그동안 “헬스트레이너 정아름씨가 문체부 체육진흥과장에서 먼저 제안해 만들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정씨가 최근 “차은택 감독에게 요청받아 만들었고 문체부가 거짓 해명을 요구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순방 때 공연기획 독점 등 차씨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쏟아진 상태다. 검찰은 전날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8곳을 수색해 차씨 주변의 금융거래 내역도 확보했다. 세 업체가 사업을 따낸 경위, 이들 사이의 자금흐름을 추적해 차씨가 얼마나, 어떻게 이권에 개입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