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스테이트 리마크빌, 공실 채우려 편법 인하 꼼수
-월 임대료 주변 시세보다 비싸 계약자 외면
“입주만 하시면 상품권을 드립니다.”
KT의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주택 브랜드 ‘리마크빌’까지 도입하며 임대주택 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했지만 첫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입주 단지마다 계약자를 채우지 못해 빈집이 남아돌자, 회사 측은 입주자를 채우기 위해 상품권까지 주면서 사실상 임대료를 편법으로 깎아주고 있다.
KT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영등포 리마크빌은 총 760가구 중 460가구만 임대 계약이 이뤄졌다. 40%에 가까운 300가구가 계약자를 찾지 못해 공실로 남았다.
- ▲ 지난 15일 입주를 시작한 영등포 리마크빌. 40%가량이 공실이다. /최문혁 기자
영등포 리마크빌 1층 상가 부분은 아직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상태다. KT에스테이트에 따르면 11월 중 공사가 완료되면 상가 점포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지난 7월 완공된 동대문 리마크빌도 입주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797가구 중 35%인 280여가구가 공실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청약 주택이 아니라 월 임대료를 내는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사전 입주율이 50~70% 정도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에스테이트가 입주 전까지 100% 계약을 자신한다고 공언했던 것에 비하면 모양새가 구겨진 셈이다.
업계는 KT 리마크빌이 예상보다 낮은 계약률을 기록한 이유로 주변 오피스텔보다 월 임대료가 높게 책정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동대문 리마크빌 임대 가격은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75만원이다. 인근 흥화브라운 오피스텔의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65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월세가 10만원 더 비싸다.
공실률이 예상보다 높자 동대문 리마크빌은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편법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 ▲ 영등포 리마크빌 앞 공인중개소. 리마크빌 임대 광고지가 붙어 있다. /최문혁 기자
신당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KT가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있다”며 “리마크빌을 1년 계약하면 6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즉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60만원을 12개월로 나누면 5만원으로, 1년 계약 시 월 임대료를 5만원 인하해주는 것과 같은 셈이다.
KT에스테이트는 애초에 리마크빌의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월 임대료를 5만원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회사가 계약자들에게 상품권을 직접 지급한 것이 아니라 중개업자들이 임차인 알선 수수료에서 일부를 떼 자체적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KT에스테이트는 2010년 출범한 종합부동산회사로 올해 초 ‘리마크빌’ 브랜드를 선보이고 7월 동대문 리마크빌을 시작으로 임대주택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