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격살인… ‘일터 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 오마이뉴스

20대 국회가 발의한 여러 법안 가운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다섯 가지 법안을 선정하여 해당 법안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았다. – 기자 말

2015년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직장 내 괴롭힘 보고서-인격 없는 일터’는 당시 대한항공 땅콩 회항 등으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명예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단지 배포, 모뎀 수거 등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KT 직원, 조합장과의 갈등으로 집단 따돌림과 업무배제를 겪은 지역 농협 직원, 과도한 실적 압박을 개선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직원, 사장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가 100일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HMC 계약직 과장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했다.

위의 사례 말고도 최근까지 이어지는 유성기업의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끈질긴 괴롭힘은 대표적인 ‘일터 괴롭힘’으로 뽑히고 있다. 이렇게 드러난 사례 말고도 은밀하고 끔찍한 괴롭힘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성과경쟁중심의 심화, 구조조정의 일상화, 고용불안, 생활불안, 반노조정책 등은 일터를 끔찍하게 만들고 있고, 일터의 내외부의 성원들은 때로는 가해자로, 공모자로 그리고 방관자로 연루되게 만들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의 86.6%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 해당 조사기관은 직장 괴롭힘 1건이 개인과 사업장에 미치는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5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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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일터 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 다음 스토리펀딩

‘일터 괴롭힘’은 해당 노동자의 지위와 업무와 관련하여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건강을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터 괴롭힘의 양태는 일을 너무 적게 주거나 너무 많이 주는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본인 고유 업무가 아닌 업무를 주는 경우, 욕설이나 공개적 모욕을 하거나 신체적 위협을 하는 경우, 동료로부터 고립시키거나 고립을 종용하는 경우, 부당한 소문을 내는 경우, 공평한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 심리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등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에 공통된 것은 권한과 권력의 남용의 문제라는 것, 피해자의 존엄을 파괴한다는 것, 정신적·신체적·정서적 건강이 훼손된다는 것, 대부분의 양태가 현재 법률로 예방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터 괴롭힘은 특정 개인의 성품만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기업만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 사회 전체 구조의 문제이며, 이윤 절대 사회의 그늘인 것이다.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인격 침해로 인한 정신질환을 겪기도 하고 직접적 신체 침해를 당하기도 하고 급기야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일터 괴롭힘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률안이 19대 국회부터 제출된 바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여 이를 규율하는 방안이 한정애 의원이나 이인영 의원의 대표 발의가 있었고, 이자스민 의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에 관한 규정을 ‘괴롭힘’으로 변경하여 일터 괴롭힘을 예방 및 규제하려 했다.

고객 및 민원인에 대한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자스민 의원은 고평법을, 김기식 의원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이를 예방, 처벌하려 하였고, 심상정 의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명시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하였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이인영 의원은 19대에 통과되지 못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고, 산업안전법에 있어 작업중지권을 고객에 의한 위험까지 확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록 19대 국회에 제출된 발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현재 발의된 안 역시 앞으로의 운명이 불확실하지만, 일터 괴롭힘 혹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가 회자되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제도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일터 괴롭힘의 예방과 규범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고용정책기본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 보상법 등등 전체 노동관련법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법률규정 및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일터롭힘을 노동자 건강권의 차원에서 법률화하고자 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법 제5조에서 선언적으로 규정하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의 사업주의 책임을 행위규범인 제24조(보건의 조치)의 규정으로 명문화하여야 한다.

동시에 작업중지 및 거부의 권리에 있어 정신적 침해 역시 규정되어야 할 것이고, 일터 괴롭힘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훼손으로 야기되는 질병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의무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하여 사업주의 관련 질병의 예방 의무를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속되는 제기와 시도가 법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향후 일터 괴롭힘을 공론화하고 이를 더욱더 사회화하는 노력을 통해 보다 유용하고 의미 있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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