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약정 만료 부실 고지…’요금 급등’ 우려
KT의 20% 요금 할인제를 이용하던 직장인 김모(43)씨는 지난달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데이터나 음성 통화를 더 많이 쓴 것도 아닌데 요금이 2만원 가까이 더 나온 것이다.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거니 휴대전화 구입 지원금 대신 선택했던 ‘20% 요금 할인제’의 1년 약정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약정이 종료된 사실을 몰랐다고 항의했지만 ‘약정 계약은 고객이 챙겨야 하고 20% 요금 할인 종료에 대한 사전 고지는 현재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돌아 왔다.
김씨는 “프로모션 문자는 잘 보내면서 통신요금 할인 약정이 끝나가니 재가입하라는 고지를 안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갑자기 바가지를 쓴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20% 요금 할인의 약정 기간이 종료되는 고객에게 사전 고지를 안 하거나 부실하게 해 소비자 권익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약정 기간이 지나 요금이 뛸 수 있어 가입자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번 주부터 20% 요금 할인의 종료에 대한 사전 고지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20% 요금 할인제가 나온 작년 4월말부터 같은 해 8월 사이 1년 약정을 맺은 KT 고객은 사전 고지를 못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KT는 20% 할인제의 전신인 ‘12% 할인제(2014년 10월 도입)’로 2년 약정을 한 고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고객의 약정이 올해 10월부터 끝나기 때문에 이번 주부터 사전 고지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0% 요금 할인제 고객에게 예전부터 약정 종료 전에 문자 고지를 해왔다고 밝혔으나 이도 부실한 조처라는 것이 소비자단체들의 지적이다.
업무 등으로 문자가 많은 고객은 고지를 못 볼 수 있는 데다, 약정 종료 시점에 가입자의 해지 의사가 없으면 할인을 6개월 자동 연장해주거나 연장 권유 전화를 걸던 예전 이통사 할인 상품과 비교하면 무성의한 대처라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윤문용 정책국장은 “이통사들이 정부 주도로 도입된 20% 요금 할인제를 자사 상품으로 안 본다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이 제도 이전에 할인을 받던 소비자와 비교해 보면 가입자를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20% 요금 할인제가 끝나는 고객에게 사전 고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현재 별도의 업계 표준이나 정부 지침은 없다.
20% 요금 할인제의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 사전 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이통사와 협의하고 있으며,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 요금 할인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신규 단말기 보조금을 안 받는 대가로 매월 요금을 20%씩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는 2014년 10월 법 시행 당시에는 할인율이 12%였지만 작년 4월 24일 수치가 20%로 확대되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현재 SK텔레콤의 전체 가입자 중 20% 할인제 고객의 비중은 14%에 달한다. KT는 11%, LG유플러스는 12%다.
사업자가 요금 할인 등 이용자 권익에 관련된 사항을 제대로 설명·고지 하지 않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해 소비자가 방송통신위원회나 미래부에 민원을 넣을 수 있다.
특히 20% 할인제는 고객 가입 단계에서 사업자 측이 보조금 혜택만 강조하고 할인제를 설명하지 않으면 ‘고지 의무 위반’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올해 관련 시행령이 개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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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