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리 위에 잠자는 자 깨어날까 – 조선비즈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법언(法言)이 있다. 아무리 권리를 가졌더라도 오랫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권리가 있는지 몰랐다거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정해진 기간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 우리는 이것을 소멸시효라고 부른다. 보통은 10년의 기간을 주지만 세금 등에 대한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한다.

KT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 부가세 반환청구권도 다음달부터는 소멸시효에 걸려 보호받지 못하는 권리가 된다. KT는 일반적으로 부가세 면세 대상으로 알려진 폰 분실⋅파손 보험 상품에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부과해 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휴대전화 분실⋅파손보험 상품에 별도의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KT는 자사의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상품이 ‘보험’이 아닌 ‘부가서비스’라고 판단해 부가세를 걷어왔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돈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KT가 올해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상품을 팔면서 보험 가입 상품 설명서에 10% 부가세를 별도로 명기하지 않았다. 소비자의 오인을 유인한 것이다. KT 대리점에서 만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분실⋅파손 보험상품에 부가세가 붙는 지 몰랐다고 했다.

소비자의 권리 의식 부재(不在)도 한목했다. 보통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상품의 한달 이용료는 5000원 남짓이다. 여기에 부가세 10%를 적용하면 한달에 500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를 5년간 합산하면 약 3만원 정도가 된다. 부가세 금액이 이 정도로라고 했더니, 한 대학생의 얼굴에선 귀찮다는 표정이 흘렀다. 솔직히 3만원을 돌려받기 위해서 소송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주무부처의 미래창조과학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빼놓을 수 없다. KT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상품의 부가세 논란은 지난해 국감 때부터 논란이 됐다. 미래부는 권리 소멸 시효 완료가 한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야 분실⋅파손 보험상품이 보험인지 부가 서비스인지를 보험 정책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 측에 물었다. 유권 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푼돈도 모이면 큰돈이 되는 법이다. KT가 지난 2011년 9월부터 휴대전화 보험을 자사 매출에 포함시키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4230억원의 매출을 신고했고 770만명의 가입자가 해당 금액의 10%인 423억원을 부가세로 납부했다.

희한하지 않은가. 엇비슷한 상품을 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부과세를 받지 않는 데, KT는 받고 있다. 푼돈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는 권리 위에 잠을 자고, 주무부처도 눈을 감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낙전(落錢)’ 수입을 올리는 꼼수를 스스럼 없이 펼칠 것이다. 내가 소비자의 작은 권리라도 주목하며 이 이슈를 파고 드는 이유다.

1 댓글

  1. 낙전?

    한 사람한테는 한 달에 500원에 불과하겠지만 모이면 어떨까요?
    자,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2013년 자료를 보면 kt 보험 가입자가 300만 명입니다.
    1명이 한 달에 500원, 300만명이면 탁. 한 달에 15억원, 1년이면 탁.탁. 180억원 정도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작년 한 해동안 kt가 남긴 이익이 1조원을 넘습니다.

    푼돈으로 신경쓰기 피곤하시다고요? 바로 그게 기업이 가장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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