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정부가 해외 파병부대의 위성통신망 구축을 담당한 KT에 “재해보상 충당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일부를 돌려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김성수 부장판사)는 정부가 K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KT가 22억9천여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해외에 파병한 레바논 평화유지군(동명부대)과 아이티 재건지원단(단비부대),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단(오쉬노부대), 남수단 재건지원단(한빛부대), 필리핀 합동지원단(아라우부대)의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을 KT에 맡기면서 매달 일정액의 재해보상 충당금을 지급했다.

KT 파견 직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5개 부대 사업에 총 41억여원을 지출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재정감사에서 KT에 과도하게 지급된 충당금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올 2월 “재해보상 충당금은 KT에 종국적으로 귀속되는 게 아니고, 충당금으로 보상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받은 돈을 모두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정부는 “KT가 정당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아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 만큼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충당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와 KT 사이의 협정서에 충당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협정서에는 KT 직원에 대한 배상 책임은 KT가 부담한다는 내용의 약정이 있다”며 “충당금은 KT가 모든 배상 책임의 위험을 인수하는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동명부대·한빛부대·아라우부대를 위한 정부와 KT 간 협정에 ‘정당 가격 제시’나 ‘부당한 원가 산정에 따른 이득 반환 의무’가 명시된 점을 근거로 KT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KT가 위성회선료 산출에 필요한 세부 근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충당금에 대해선 정확한 산출근거나 방식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KT가 임의로 산정한 충당금은 전체 사용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KT가 인수한 위험에 비해 부당하게 높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가 KT에 별도의 여행자보험료까지 지급했고 이를 통해서도 KT가 인수하는 위험의 상당 부분이 담보된다”며 “KT는 정부에서 받은 충당금 중 정당한 위험 인수의 대가를 제외한 나머지를 반환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적정 위험 인수 대가는 계약 충당금의 10%를 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동명부대와 한빛부대, 아라우부대 사업에서 KT가 받은 금액 중 22억여원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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