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역대 사장 16명 중 10명 서울시 출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들 공기업에는 서울시 고위관료출신 ‘관피아’와 시장 선거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의 역대 사장 16명 가운데 10명이 서울시 고위공무원출신이었다.
2013년 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서울메트로를 이끈 15대 장정우 전 사장이 대표적이다. 장 전 사장은 2004년 교통개선기획단장, 2007년 교통국장, 2011년 도시교통본부장 등 서울시의 교통 정책을 총괄하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즉 지하철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며 산하기관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가 시의 관리·감독을 받는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간 것이다.
이 밖에도 6대 손장호 전 사장(1997년 12월∼1999년 8월)은 서울시 교통관리실장, 11대 김상돈 전사장(2007년 1월∼2010년 3월)은 서울시 교통국 국장, 12대 이덕수 전 사장(2010년 3월∼2010년 6월)은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각각 지냈다.
사장뿐 아니라 메트로의 경영진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지용호 감사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상근부위원장으로 있다가 그해 11월 임기 3년의 서울메트로 감사가 됐다.
이번 구의역 사고로 물러난 신재준 전 경영지원본부장은 2014년 12월 취임했다. 그해 2월 KT에서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10개월 만에 상임이사로 요직을 꿰찬 셈이다.
조중래 비상임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냈던 시절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숙현 비상임이사는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부대변인을 지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3년 5월 서울도시철도공사 감사로 취임한 민만기 전 녹색교통 공동대표는 2011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 캠프에서 정책자문으로 일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민 감사는 박 시장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졌다.
또 홍용표 비상임이사 역시 2011년 10월 박 시장 선거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으로 함께 했다.
서울시의회 우형찬 의원은 “철도 비전문가 ‘낙하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기강해이가 벌어졌다”며 “그동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됐을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보다 확실한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에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 내려가는 낙하산이 있었다면, 공사에서는 다시 용역업체로 자리를 옮긴 ‘메피아(서울 메트로+마피아)’가 양산됐다.
지난해 1월 작성된 ‘2015년 전적직원 노무비’ 문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용역업체 은성PSD에서 서울메트로 출신 38명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1인당 월평균 434만원을 받았다. 월평균 244만원에 그쳤던 은성PSD가 직접 채용한 87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받은 셈이다.
또 은성PSD의 대표 이재범 씨는 물론, 감사·운영이사·관리이사 등 주요 간부가 모두 서울메트로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몇 년 전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 당연히 공기업도 이를 짚고 가야 했다”며 “서울시가 전수조사를 통해 메피아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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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