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77명 직원 사망…최근 두달 새 5명 또 목숨 잃어
‘명퇴 후폭풍’ 의혹 제기 vs KT “산업재해율 업종 평균↓“
▲ 황창규 KT 회장 ⓒ KT |
황 창규 KT 회장이 올해 임기 3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최근 KT 직원 사망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과로사의혹이 제기되는 등 뒤숭숭하다. 특히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5명의 사망 직원이 발생했는데 이 중 4명이 돌연사 및 졸음운전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이 공식 취임한 이후 KT는 25명의 직원들이 돌연사로 유명을 달리했다.
◆돌연사, 사고사, 질병 등…내부 ‘뒤숭숭’
30일 KT노동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계열사 및 퇴직자 포함)에 따르면, KT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5월 현재까지 총 77명(재직중 사망자 29명, 퇴직자 사망자 48명)의 목숨을 잃었다. 이 중 △돌연사 25명 △자살 6명 △각종 암(백혈병 포함) 33명 △기타(사고사 및 질병) 13명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것은 ‘돌연사’ 부문이다. 전체 사망자수는 △2014년 33명 △2015년 31명 △2016년 13명으로 점차 감소했지만, 돌연사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2014년 5명 △2015년 13명 △2016년(5월 30일기준) 7명으로 비중이 늘어나는 조짐을 띄고 있다. 이 중 계열사와 퇴직자를 제외한 돌연사한 KT 직원은 총 13명이다.
특히 올해들어 KT직원 3명이 돌연사로 사망하고, 1명은 졸음운전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인력감축 후폭풍과, 황창규 회장의 강도높은 기가인터넷 가입자 유치로 업무상 과로때문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호남네트워크 운용본부 광주유선운용센터 나주운용팀 직원 최 모(만 36세, 남)씨와 수도권서부본부 구로지사 영업부 SMB 고객2팀 직원 이 모(만 55세, 남)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5월에는 CR부문 정책협력팀 임 모(만 48세, 남)씨가 심장마비로 고인이 됐으며, 전북고객본부 익산지사 군산 CS컨설팅팀 조 모(만40세, 남)씨가 퇴근 중 졸음운전으로 사망했다.
조모 씨의 경우, 당시 고인은 음주운전 상태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으며, 생전 과중한 업무로 인한 야근이 잦아 지인들에게도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과로사 여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로사의 대부분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뇌출혈 등에서 비롯되는 사례들을 참고하면 과로사 여부를 배제할 수 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 최근 10년간 KT 사망자 현황. 빨간색 테두리 부분은 황 회장 재임 기간. ⓒ KT노동인권센터 |
◆고강도 업무 역효과? 수치상 통계 착시 효과?
이를두고 KT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KT의 일선 업무현장에서는 황 회장이 내세운 연내 기가인터넷 가입자 200만 돌파를 달성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기가 개통량을 평소 대비 150% 이상 높이고, 주말 휴일 근무에 돌입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출근 시간 또한 사내 방송 ‘KBN’ 시청 시간에 맞춰 8시 이전으로 앞당기기도 했다. 해당 방송 시청 여부를 인사고과에 참고할 정도로 전사적으로 강조한다는 후문이다.
KT 한 직원은 “제 2의 황의법칙이라 부르는 기가인터넷 200만 돌파를 위해 밤낮없이 업무에 매진하고 있지만, 명퇴 이후 일손이 딸려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업무강도와 실적 압박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KT 측은 전체 임직원이 2만3000명으로 대규모이기 때문에 사망자수도 그만큼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실제 산업 및 사망 재해율은 업종 평균 대비 낮다”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 기준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율은 동종업종 평균 0.09%이고 당사는 이에 못미치는 0.07%”라며 “사망재해율은 3년 평균 1명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스마트워킹, 코어타임 근로, 반차 휴가 제도, 리프레시 휴가 등 다양한 직원 복지프로그램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전체 사망자 수치만 놓고보면 이석채 전임 회장시절보다 감소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돌연사 비중이 높아 우려가 일고 있다”며 “콕 집어서 사망 원인이 기가인터넷 등 주요 사업 실적 압박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지만, KT내부의 현 상황과 절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T는 이석채 전임 회장 시절(2009년~2013년) 28명의 자살자(전체 KT 사망자 224명)가 발생하며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지난 2006년부터 시행한 인력 퇴출프로그램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데일리안 = 이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