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이석채(71) 전 KT 회장이 2심에서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는 27일 이 전 회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돕기 위해, 사업성이 없는데도 3개 회사 주식을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KT에 103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배임)로 2014년 4월 기소됐다. 또 KT 임원에게 준 역할급(給)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 등으로 비장금 11억6000여만원을 만들어 유용했다는 혐의(횡령)도 받았다.
1심은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 “기업 경영에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KT 내부 검토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회사 인수 및 주식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직원들과 거래처 관계자들에 대한 경조사비나 격려비 등 회사 경영을 위해 썼을 뿐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이 전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내부 구성원들도 그 존재를 몰랐다”며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인 자금과 유사하게 비자금을 함부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이 전 회장은 경조사비·격려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상적인 업무 추진비를 넘어 개인 체면 유지나 지위 과시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KT를 위한 경비 지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이 기소되고서 KT 이사회가 ‘유죄로 인정되는 금액에 대해 성과금을 취소한다’고 결정한 만큼 피해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을 선고하되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