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KT 황창규호, 공포의 굿판만 벌였다?

노조 둘러싼 논란 증폭, 조직 활력 떨어지나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6.05.20 13:03:06

KT는 지난 4월 29일 실적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 5조5150억 원, 영업이익 3851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2.2%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2.8%나 성장했다. 다소 주춤한 분위기를 연출한 SK텔레콤에 비해 고무적인 성과다. 황창규 매직이 탄력을 받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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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 조직이 흔들린다
지난 2013년 황창규 회장이 부임한 이후 KT는 어떤 흐름을 보여주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순항하고 있지만 조직의 활력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석채 회장 시절부터 해결되지 못한 논란들이 마치 암덩이처럼 조직 구석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직원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KT는 2013년 4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한편 지난해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바 있다. 사업부서 폐지, 대학생 자녀 학자금 및 교육보조비 폐지 등이 포함된 노사합의다. 이에 따라 KT는 무려 직원 8304명을 명예퇴직시켰으며 3만 명이 넘던 직원은 2만3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합의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노조규약에 따라 KT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열어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 했지만 이 과정이 생략됐다. 이에 KT노조원 226명은 소송을 제기했고 몇 차례의 변곡점 끝에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조합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핵심은 이번 소송의 피고가 사측과 밀실합의를 했다고 비판받는 KT노동조합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직원 간 갈등의 진원지다.

현재 KT는 크게 KT노동조합과 KT새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다만 사측에서 인정하는 노조는 KT노동조합이며, KT새노조는 일종의 견제를 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견제의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역에서 기술직으로 KT에서 근무했던 A는 “만약 KT새노조에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즉시 회사의 집중관리를 당한다”며 “아예 싹이 보이는 직원에게는 노동조합 가입을 은연중에 막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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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신년 결의식[황창규 회장, 정윤모 노조위원장,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 출처=뉴시스

이어 A는 “KT노동조합은 회사의 방침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지방 및 중앙 위원장, 지부장까지 대부분 사측과 소통이 되는 사람들로 온다”고 주장했다.

KT새노조의 증언도 비슷하다. KT새노조 김미영 활동가는 “KT가 노동조합을 관리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한 대 패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KT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KT는 “노동조합은 사측에서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측이 KT새노조 가입 여부를 추적한다는 주장’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KT노동조합이 사측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말이 많다. 실제로 KT노동조합은 2013년 명예퇴직 밀실합의 논란처럼 직원의 권리보다 사측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장면이 익숙하다는 평가다. 단적인 사례가 바로 2013년 주파수 정책 관련 KT 노동조합의 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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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KT노조 집회. 출처=뉴시스

당시 KT노동조합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주파수 할당 정책에 반대해 국회와 과천 미래부 청사에서 5000명의 노조원을 동원한 시위를 진행했다. LTE 추가 주파수 할당안에 KT가 난색을 표한 직후 전개된 시위였기 때문에 뒷 말이 무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KT노동조합의 시위와 선전전을 두고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정부에 대한) 도전이냐”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노동조합은 “사측이 사주한 관제데모를 중단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직원에 대한 제품 강매 논란도 벌어졌다. 지난 4월부터 IoT 서비스의 직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강매’가 행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역에서 기술직으로 KT에서 근무했던 A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런 것(강매)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며 “판매 목표량을 설정하고 영업과 관련이 없는 직군도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인사고가에 나쁜점수를 주거나 구조조정 대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일상 다반사였다”고 전했다.

KT새노조 김미영 활동가도 “해당 사안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시중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직원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 프로모션을 거부할 용기가 있는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KT를 뒤덮은 공포 분위기에서 조직을 이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KT는 이 부분에 대해 “정상적인 프로모션이지, 강매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KT는 “직원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진행한 프로모션이고 구매를 독촉하지 않았다”며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부 강매현상이 있었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담론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30일 전북 KT직원 원씨가 제기한 각종 인사조치 불이익에 대한 소송에서 그 원인이 된 정신건강 침해(적응장애)가 산업재해라고 판결했다. 해고와 복직을 반복한 원씨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무연고지로 발령이 나거나 정상적인 조직업무에 투입하지 않는 등 피해를 호소해왔고, 이를 산재로 인정한 사례다. 이에 대해 KT에 대한 입장표명을 묻자 KT는 “더 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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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마른수건 쥐어 짠 KT, “소고기 묵고 있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단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내부가 편안해야 외부일도 잘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KT는 최소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논하기에 그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 보여지는 KT의 신성장 동력은 어떨까? 2013년 11월 12일 이석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삼성맨 황창규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을까? 제주도 7대 경관 논란과 소리소문없이 넘어간 위성 헐값 판매 논란을 뚫고 통신분야의 황의 법칙을 완성했을까?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폐기된 황의 법칙처럼, 황창규 회장의 KT호는 불안한 지점을 여럿 노출하고 있다. 기존의 통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5G와 사물인터넷 전반의 동력을 바짝 조이는 상황이지만 최근까지의 매출 및 영업이익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과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단적인 사례다. 매출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급증했지만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영업이익은 신성장 동력이 주효했다기 보다는 비용통제, 즉 마른수건을 쥐어짰기 때문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전기 대비 203억 원이나 줄어들어 악화일로를 걷는 유선전화 매출은 차치한다고 해도 무선매출이 1조8510억 원에 그쳐 전기 대비 1.3% 낮아진 대목이 뼈 아프다. 5분기만에 전기 대비 하락한 성적이다.

미래성장동력의 척도인 LTE 가입자 증가가 벌어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매출성장이 꺾였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분기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3만6128원을 기록해 전기 대비 363원 하락했다.

마케팅 비용은 1분기 6555억 원을 집행해 많이 줄었으나 이는 단통법과 연결해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일부에서 스마트폰을 저가에 구입하자 형평성을 취지로 모든 사람이 고가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만든 단통법의 등장이 일종의 호재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묘한 지점은, 이 대목에서 황창규 회장이 지난 2014년 10월 21일 APG NOC에서 단통법이 통신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제기하며 “단통법은 서비스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통신사의 위기 극복을 말했지만 결론적으로 통신사의 호재로 작동한 단통법의 미래를 예언한 셈이다. 부연하자면 지난해 통신3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82%나 늘어났고 KT를 비롯한 통신3사는 성대한 성과급 잔치를 열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더 나아가 순수한 미래성장동력만 고려하면, KT의 행보는 내실이 없다는 비판과 직면하게 된다. 아직 5G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 및 기타 사물인터넷 서비스에 집중하는 지점은 고무적이지만,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단점도 노출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이지만 ‘5G를 위하여!’라는 슬로건 외 명확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경쟁사와 달리 가상현실 모멘텀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IPTV를 중심으로 미디어 제국을 꿈꾸던 KT는 위성방송으로는 메울 수 없는 괴멸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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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비전과 위기

황창규 회장이 이끄는 KT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황창규 매직이 통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도, 혹은 방치하고 신성장 동력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무엇이 진실일까? 훗날의 평가만 정답을 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황창규 회장은 검증된 CEO며 그 자체로 새로운 역사를 쓴 대단한 경영인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KT는 국가 기간 사업을 훌륭하게 이끌었던 대한민국 통신산업의 산증인이자 이와 비례해 무서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조직의 문제와 이에 따른 파열음을 조정하지 못하면, 황창규 회장이 이끄는 KT의 방향성에도 먹구름이 낄 가능성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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