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T 부당한 인사로 정신질환…업무상 재해”
해고 취소돼 복직하자 정직하고 외딴곳 보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부당한 인사 조치에 반발해 회사와 소송전을 벌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강효인 판사는 KT[030200] 직원 A씨가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KT는 노동조합 활동에 가담한 A씨를 ‘골칫거리’로 취급했다. KT는 2005년 A씨를 퇴출 대상자 명단에 올리는가 하면, 2009년 임시 주주총회 출석을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그해 20여년 간 사무직에 있던 그를 돌연 현장 기술직으로 발령했다. 2011년에는 회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를 해고하기까지 했다.
A씨는 번번이 소송을 제기해 수차례 이겼지만, 회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KT는 A씨가 해고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하자 곧바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어 전북 남원에서 일하던 그를 연고가 없는 경북 포항으로 발령하기도 했다. 다시 소송을 내 전북 부안으로 돌아온 A씨는 부당한 인사 조치로 ‘적응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얻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승인받지 못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적응장애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후 일정 기간 발생하는 감정적·행동적 정신질환을 말한다.
강 판사는 “KT의 위법한 직무변경명령과 전보명령, 부정적 인사평가, 이에 따른 법률적 쟁송이 계속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적응장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KT는 A씨의 공격적인 인격 때문에 적응장애가 발병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용자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가 노동자 개인에게는 엄청난 피해”라며 “이런 사례가 다시 반복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버텨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