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KT 불법정치자금 사건 수사 재개, 늦었지만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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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상반기 내에 KT 정치자금 사건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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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정치사금사건의 고발 당사자인 KT새노조로서는 뒤늦게나마 검찰이 수사를 재개하는 것을 크게 환영한다. 이 사건은 2018년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래 4년째 검찰이 이러 저러한 이유로 수사 결론을 내지 않아 사건 지연을 통한 봐주기 수사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며 검찰 개혁 얘기가 나올 때 마다 도마에 오른 사건이다.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증거가 부족한 사건이 전혀 아니었다.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회사의 공금으로 구입한 상품권을 소위 상품권깡 방식으로 현금화하여 이를 국회의원 99명에게 회사 임원 명의로 정치후원금으로 제공하였다. 국회의원들의 공식 후원계좌를 통해 입금하였으므로 정치후원금 수수의 모든 증거가 다 확인되었고, KT 관련자들은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인정하였다. 물론 금품을 수수한 국회의원들은 회사 돈인 줄 몰랐다고 발뺌했고, 불법정치후원금에 관련된 KT임원들은 관행이었다는 자기변명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증거가 명확하고 법리적으로도 불법성이 분명한 이 사건에 대해 지금껏 검찰은 철저히 수사를 가로막았다. 경찰이 우여곡절 끝에 2019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담당검사만 무려 5번이나 바꾸면서 질질 시간을 끈 끝에 지금껏 실질적인 사건의 수사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림: KT정치자금 사건 타임라인)

이렇듯 사건을 검찰이 묵히는 동안 회사 돈을 횡령해서 국회의원들에 후원금으로 뿌린 주요 피의자인 황창규 전 KT 회장은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게다가 황당무계하게도 횡회장 퇴임 이후 KT 이사회는 같은 사건의 피의자로 그 당시 황창규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구현모를 후임 KT CEO로 선출하였다. 횡령 피의자에 의한 횡령 피의자를 위한 횡령 피의자의 KT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사회는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구현모 사장이 횡령 관련 사실이 밝혀지면 사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로 CEO” 추천을 강행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시초부터 범죄 피의자로서 조건부 딱지를 안고 출범한 구현모 체제가 경영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한 게 당연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해 KT는 통신3사 중 유일하게 매출이 뒷걸음쳤으며 시장 점유율도 내리 후퇴 중에 있다. 신사업 진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건부 CEO”라는 리스크가 총체적 경영난맥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당 사건으로 KT는 미 증권거래위(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증시에도 상장되어 있는 KT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KT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로 주주들의 침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사 결과 역시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우에 따라 기업과 투자자, 노동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파장이 발생할 수 있는 폭발력 강한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뭉개는 사이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져 있다. 검찰개혁의 관점에서나 기업의 윤리경영의 측면에서나 증권시장에서의 투명성의 측면에서나 이미 사안은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이에 KT새노조는 다시 한번 KT 불법정치자금 사건이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밝혀지고 그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법적 책임이 물어지기를 희망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KT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대해 속도감 있는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즉각 황창규 KT 전 회장을 공개 소환해야 하며 구현모 현 CEO의 범죄 관련성에 대해서 신속하게 수사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검찰의 신속한 수사 종결을 촉구한다.
  2. KT 이사진은 구현모 체제를 조건부로 출범시키며 약속한대로 관련성이 확인되어 또 다시 CEO 공백 상태가 발생할 것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전 현직 CEO가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어 기소될 경우 CEO의 사임뿐 아니라 무리한 조건부 CEO 추천을 강행한 이사회의 책임에 대해서도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KT새노조는 구현모 사장의 기소로 검찰 수사가 결론 날 경우 이사회에 대해서도 강력한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3. KT새노조는 다시한번 이 사건의 조속한 마무리를 희망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더 이상 검찰, 미국증권거래위원회, 사외이사들에게 KT 미래를 맡기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엄중해져 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KT 경영진에게 KT새노조와의 진지한 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지금의 위기가 KT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KT 경영진이 뼈저린 반성과 함께 깨닫기를 우리는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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