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적자 안긴 1조짜리 부실사업 ‘BIT’
영업지원시스템 부실로 2700억 손실 처리…KT 사상 첫 연간 적자
KT는 지난해 9월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간 BSS(유무선통합영업지원시스템)이 안정성과 보안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면 재설계에 착수키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BSS시스템에 투입된 2700억원은 결국 자산화 되지 못한 채 손실 처리했다.
KT는 20일 저녁 정정공시를 통해 지난해 6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T가 분기 손실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연간으로 손실을 기록한 것은 1981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KT는 이어 BIT의 핵심 시스템인 BSS를 전면 재설계한다. 올해 12월로 잡아놨던 BIT 프로젝트 최종 완결 시점도 내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며, 총 투자비용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BIT는 2009년 KTF와의 합병 이후 유무선 전산시스템 통합을 비롯한 회사의 기간 IT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다. 통신업계 사상 최대 IT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이석채 전 KT회장이 가장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사업이기도 하다.
BSS는 BIT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으로 유선과 무선 영업망으로 이원화됐던 주문과 빌링, 고객관리를 통합 제공하자는 취지로 개발됐다. 그러나 BSS 가운데 주문과 빌링시스템이 지나치게 협소한 범위에서 개발돼 다양한 결합상품 처리와 빌링 등에 애로가 적지 않으며, 시스템 호환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내부의 지적이 이어져왔다.
결국 지난 1월 CEO로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BSS에 대한 전면 재설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 회장은 지명자 시절 BIT에 대한 보고를 받고 관련 임원 라인을 강하게 문책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관련 책임 임원 라인이 모두 경질됐다.
KT는 올 상반기 BSS 시스템에 대한 재설계에 착수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재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일단 BSS시스템 가운데 CRM(고객관리) 시스템은 유지한 채 주문 및 빌링 시스템을 보완해가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올해 말로 예정됐던 구 시스템과의 완전 통합 시점도 내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현재 KT는 구 시스템과 BIT 시스템을 병행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BIT 신시스템으로 완전 이관할 계획이었다.
이번 결정에 따라 KT BIT 시스템 전체 투자비용도 1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현재까지 9000억원을 웃도는 정도였으나, BSS 시스템 재설계에 따라 재투자 비용이 상당 폭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KT는 BIT 프로젝트 비용으로 3800억원 가량을 책정했으나, 결국 이를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한 채 지난해 총 투자비용이 9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부실 설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이제까지 BI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구축돼왔던 ERP(전사적자원관리), BI/DW(정보관리시스템), SDP(서비스제공플랫폼), CMS(콘텐츠관리시스템) 등은 그대로 유지되며, 올해 4월 오픈 예정인 OSS(운영지원시스템) 역시 이번 재설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KT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BSS 가운데 주문과 빌링시스템의 안정성, 호환성의 문제로 이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2700억원을 지난 회계연도에서 손실 처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