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측근 20여명에 ‘역할給’ 준뒤 상납받아 |
이석채 前 KT회장 횡령수법 들여다보니… |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 |
횡령·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채(69) 전 KT 회장은 자신의 측근 임원들에게 ‘역할급’이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활동비를 지급한 뒤 일부를 현금으로 상납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7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입증이 가능한 10억여 원만을 구속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사정당국과 KT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월 이 전 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직후 KT는 상여금 및 성과급과 별도로 ‘역할급’을 신설해 일부 임원들에게 매월 지급했다. 이는 이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역할급’은 일종의 활동비로, 대외활동이 필요한 임원들이 지급 대상이었다. 하지만 주로 이 전 회장과 가까운 20여 명의 임원들이 받았다고 한다. 금액은 직급과 직책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으로 다양했다. ‘역할급’을 받은 임원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이 전 회장에게 상납했다.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 임원이 현금으로 수금한 뒤 취합해서 이 전 회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 전 회장이 재직 기간에 상납받은 규모는 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현금으로 전달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검찰이 9일 청구한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는 10억여 원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면서 ‘역할급’을 지급받은 KT 임원들을 대부분 조사했다. 하지만 이들을 횡령 공범으로 처벌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범죄 혐의가 드러난 이상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하지만 처벌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는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지금도 일부 임원들에게 ‘역할급’을 지급하고 있다. 또 이 전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에도 명목은 다르지만 비슷한 방법을 통한 상납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에는 사장의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임원의 숫자와 금액이 이 전 회장 취임 시기에 비해 적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