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3년 만에 복직한 이해관씨 징계 다시 추진
과거 징계 사유로 징계위 출석 요구, 이씨 “인사 보복 멈춰야”
▲ 지난 2012년 12월 31일 KT에서 해고된 지 3년만에 복직 판결을 받은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8일 공익제보자인 이해관 대표를 복직시키라는 국가권익위원회 보호 조치가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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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결근 및 무단 조퇴로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합니다.”
대법원에서 부당 해고 판결을 받고 3년 만에 KT에 복직한 이해관씨를 기다리는 건 또 다른 ‘징계 절차’였다.
KT(회장 황창규)는 22일 수도권강북고객본부 보통인사위원장 명의로 이씨에게 오는 29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바로 3년 전 해고 사유였던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를 내세워 다시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이해관씨는 “KT가 반성할 줄 모르고 또 다시 보복 인사를 하려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KT 직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무단 결근 19일과 무단 조퇴 2일’ 등 근무 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국가권익위원회와 법원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과잉 징계라고 봤다.(관련기사: “송곳은 내 운명, KT 바꾸는 ‘모범사원’될 것”)
당시 KT 새노조 위원장이던 이씨는 그해 4월 KT가 제주 7대 자연 경관 국제투표를 진행하면서 마치 국제 전화인 양 이용자를 속였다고 고발했다. 이에 회사는 이씨에게 정직 통보와 무연고지 발령에 이어 결국 해고로 ‘화답’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선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사 보복이라고 맞섰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8일 해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확정 판결했고 KT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 2월 5일 이씨를 KT 원효지점으로 복직시켰다. 하지만 불과 17일 만에 다시 징계 절차에 나선 것이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해고라는 징계 양정이 과했다는 것이지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가 징계 사유라는 건 인정했다”면서 “당시 징계 사유에 한해 재징계를 하겠다는 것이지 그밖에 다른 사유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대법원 복직 판결이 나온지 8일 만에 이씨를 복직시켰다면서도, 비슷한 사유로 징계 받은 다른 직원들과 형평성 때문에 재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당 해고 판결로 복직한 직원에게 다시 같은 사유로 징계를 추진하는 건 또 다른 ‘인사 보복’이자 대법원 판결에 대한 간접적 불만 표시로 볼 여지가 있다.
▲ KT가 22일 이해관씨에게 보낸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서. 이씨는 지난 2012년 12월 제주 7대 자연 경관 국제 전화 투표 관련 내부 고발 등이 빌미가 돼 KT에서 해고됐지만 대법원에서 지난달 말 부당 해고 판결해 이달 초 3년만에 복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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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씨도 “법원에선 무단 결근이나 무단 조퇴 자체가 징계 사유는 되지만 전후 사정으로 봤을 때 내가 공익제보자가 아니었으면 회사에서 무단 결근으로 봤겠느냐면서 해고 처분을 취소한 것”이라면서 “부당 해고를 반성할 줄은 모르고 또 다시 인사 보복하려는 KT 경영진의 태도에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3년 전에도 병원에 입원한 이씨가 병가 신청을 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단 결근으로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이씨는 “만약 인사위원회에서 다시 징계 결정이 나오면 부당 징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면서 “KT가 부당 징계와 취소 소송을 무한 반복하겠다는 얘기는 결국 나를 언제든 다시 해고시킬 수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