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조은국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던 MB맨들이 하나둘 권좌에서 물러나고 있다.이에 이석채 KT 회장의 거취에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KT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와병설이 나돌다가 지난달 15일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KT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석채 회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회장을 둘러싼 의혹 제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낙하산’ 이석채 정권 바뀌자 ‘안절부절’ KT는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민영기업이지만 CEO나 임원 선임에 정치적 입김이 상당수 작용해 ‘무늬만 민영화’란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2008년 MB정권이 들어서면서 남중수 전 사장이 구속되고 TK출신 이석채 회장이 선임됐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MB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가 KT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MB정부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혀왔다. 특히 KT는 경쟁사 사외이사 경력 때문에 사장이 될 수 없는 이 회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면서 낙하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회장이 2015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혁신의 전도사 이석채…KT 실적부진에도 고배당 KT의 영업이익은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1.8% 증가한 24조37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30.6% 감소한 1조2138억원에 그쳤다.반면 부채율은 지난해 155.91%로 전년에 비해 32%나 상승했다.
하지만 KT는 이 같은 부진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매년 50% 이상의 고배당을 유지해오고 있다.이 회장이 등장한 2009년 KT는 당기순이익의 94.5%를 배당으로 내놓았다. KT의 배당성향은2010년 50.0%, 2011년에는 37.7%였다. 주력 사업부문인 통신이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남은 자산을 내다팔아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석채 회장이 고배당을 유지하면서 주주에게 어필하는 ‘자리보전용 전략’을 쓰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몸집도 크게 불려왔다. 하지만 불어난 덩치에 비해 성적은 초라하다. 56개 계열사 중 적자로 확인된 곳만 15곳이다. 계열사가 급증하고 있는 데도 자산 규모는 1.4% 증가에 그쳤다. 결국 KT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노동탄압 의혹들…내부고발자 해고 KT는 2002년 민영화를 이룬 이후 3만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이석채 회장 부임 이후에도6000여명의 근로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KT 직원들은 임금 인상에서도 철저하게 소외됐다. 지난 5년간 KT 직원의 평균 임금은 5188만원에서5867만원으로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가 30% 정도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은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과 임원들은 ‘돈잔치’를 벌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35억원 수준의 이사 보수한도는2008년 KTF와의 합병을 앞두고 5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듬해 다시 65억원으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KT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일반적인‘룰’에 따르면 이 회장의 연봉은 이사 보수 한도의 절반인 3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KT가 강제인력퇴출 프로그램인 CP(C-Player)프로그램을 가동시킨 것이 사실로 드러나 노동탄압을 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CP프로그램은 본사 차원에서 퇴출대상자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결국 회사에서 내쫓는 노동탄압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25일 CP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로 인한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한 KT의 상고를 기각했다. KT가 본사 차원에서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퇴출시켜온 행위가 최종 확정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KT는 CP프로그램의 존재를 정면 부인해왔다.
KT는 CP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회사의 비정상적 경영을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들과 전쟁을 벌여왔다. 내부고발자들은 CP프로그램 폭로를 시작으로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사기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하지만 KT는 문제에 대한 대처는커녕 사실무근으로 일관하며 오히려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와 보복성 인사로 대응했다. 결국 내부고발자를 해고하고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해 이들의 숨통을 조였다.
친인척 특혜 논란·수백억 배임 의혹 시달려 이석채 회장은 배임 의혹에도 시달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이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이 회장의 배임 혐의는 스마트애드몰 사업, OIC 랭귀지 비주얼 사업, 사이버 MBA 사업 등 세 가지다.스마트애드몰 사업은 적자가 예상돼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계약을 변경해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이다. OIC 랭귀지 비주얼 사업과 사이버 MBA 사업은 이 회장과 8촌 관계에 있는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을 보고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더해졌다.
낙하산 인사로 친정체제 구축…장기집권 노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석채 회장 후임 인선에 대한 갖가지 뒷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2015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지만 새정부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자신이 취임했던 당시 상황과 마찬가지로 다른 인사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KT 경영진에 자신의 측근을 전진 배치시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입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연말 검사 출신인 그룹 윤리경영실 정성복 사장을 부회장을 승진 발령했다. 또 그동안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 역시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KT 안팎에서는 이 회장 자신이 취임하기 전 남중수 사장이 어떻게 쫓겨났는지 직접 봤고, 최근 자신에게 제기된 배임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법조인맥을 대거 영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종 의혹과 조기 퇴임설에 시달리고 있는 이석채 회장. 흔들리는 KT 이석채호(號)에 대한 향후 검찰조사와 새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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