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여 동안 KT 이석채 회장 만큼 언론에 이름을 자주 올린 인사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비단 ICT 부문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퍽 시선을 모으지요.
우리나라 ICT를 대표하는 회사의 CEO이니 그럴만 하지 않냐구요? 단지 회사의 정책이나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KT 수장을 향한 경제계와 ICT인들의 시각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선이 끝난 이래 이석채 회장은 줄곧 박근혜 정부의 입각 하마평에 오르내립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이르는 굵직하거나 조명받는 자리의 주인공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거명됩니다.
이력만 놓고 보면 수긍이 됩니다. 재정경제원과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정보통신부 장관에 이르는 이력은 수긍의 근거일 것입니다.
노정된 이석채 회장의 이름은 입각 하마평에 그치지 않습니다. ‘바람 잘날 없는 이석채’로 정리되는 비난과 ‘잘 나가는 이석채’로 가름되는 칭송이 충돌하며, 쉼 없이 이름을 올립니다.
전자(前者)는 지난 2009년 말 무려 5,992명에 이르는 직원퇴출 이후 부각된 ‘인력퇴출프로그램의 부당성’, 사적 이유와 판단으로 회사손실을 초래했다는 ‘수백억원 규모의 배임혐의 피소’, 연임을 스스로 보장하기 위한 ‘친정체제 구축’ 등입니다.
이석채 회장의 거침없는 카리스마에 눌려있던 KT 내부의 목소리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바꿔달라’는 내용으로 정돈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후자(後者)는 ‘스페인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기조연설’, ‘GSMA 이사회 체어맨 어워드(Chairman’s Award) 수상’, ‘세계 유력지 WSJ 인터뷰’ 등입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CEO로 각인되는 모습입니다. 동시에 전자를 희석시키는 ‘물타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합니다. 이른바 친정체제 구성원들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결과일까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나타난 양상입니다. KT와 이석채 회장을 놓고 나타나는 사뭇 ‘어수선하고 부산스런’ 모습을 마뜩치 않게 보는 시선이 많을 수밖에요. 내부 동요에 따른 조직 위해를 차단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내놓았다는 인천공항공사 사장, 외부일정을 줄이고 새 정부의 의지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는 포스코 회장 등을 거론하며 ‘참 비교된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지요. 같은 날 이석채 회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행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현지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정치권의 KT 지배구조 개입(외부 시그널)의 부당성을 지적했습니다. “주인 없는 기업이 외부의 힘으로 거버넌스 시스템이 바뀔 우려가 있을 때 우리 노력으로 지키기는 어렵지만, 박 대통령은 원칙주의자여서 다행이다”
바야흐로 ‘외부 시그널’을 막아내거나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안간힘이 숨가빠보입니다. ICT 맏형 KT의 내일과 ‘ICT강국 코리아’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기인 까닭에 눈길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