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의원 “전파진흥원에 수년간 신고 안해 강령 위배”…방통위 “비상근이라 문제 없어”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통신 분야 정부 기관에 근무하면서 관련 업계 고문을 수년 간 겸직하고 수억 원의 고문료를 받았지만 해당 기관에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정부 기관의 내부 강령을 위배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 후보자가 뇌물 비리로 소유자가 처벌을 받은 이 업체에서 고문료를 받은 것부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계철 후보자는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통신장비 납품업체 ‘BCNe글로발’, ‘글로발테크’에서 3억여 원을 받는 고문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방송통신정파진흥원 이사장(구 한국전파진흥원, 비상임이사)을 겸직했지만, 진흥원쪽에 고문료를 신고하지 않았다.
전파진흥원은 중계기의 전파강도 측정 등 전파 산업 관련 전반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방통위 산하 정부 기관이고, ‘BCNe글로발’, ‘글로발테크’는 중계기를 주로 통신사 KTF에 납품한 곳으로, 양쪽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과 업체였다. ‘BCNe 글로발’ 회장이 ‘KTF 납품 비리’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자, 이 회사는 2008년에 ‘글로발테크’로 이름을 바꿔 납품 업무를 계속했고 이계철 후보자는 2009년까지 이 회사들 의 고문을 맡았다.
▲ 이계철 방통위원장 후보자. ⓒKB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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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전병헌 의원은 “4년여에 걸쳐 3억여 원의 고문료를 받으면서도 전파진흥원의 ‘임직원 행동강령’에 따른 신고 절차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규정 위반을 주장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임직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임직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부동산·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아니된다”(15조)며 “강령은 진흥원에 속한 모든 임직원(비정규직 포함)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적시돼 있다.
강령에는 또 “임직원은 대가를 받고 세미나·공청회·토론회·발표회·심포지엄·교육과정, 회의 등에서 강의, 강연, 발표, 토론, 심사, 평가, 자문, 의결 등을 할 때에는 미리 외부 강의·회의 등의 요청자, 요청 사유, 장소, 일시 및 대가를 원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며 “외부강의·회의 등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대가는 외부강의·회의 등의 요청자가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초과해서는 아니된다”고 나와 있다.
특히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에 전파진흥원 이사장을 지원할 당시 애초부터 이 업체 고문직을 맡은 것을 전파진흥원에 알리지 않았다. 전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6년 2월에 ‘BCNe 글로발’ 고문으로 근무한지 5개월 후인 7월에 전파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전파진흥원쪽에 제출한 이력서에 ‘BCNe 글로발’ 이력을 누락시켰다.
이 같은 전 의원의 지적은 이계철 후보자의 인사청문준비전담팀이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정관상 비상임 이사에 대한 겸임을 금지하지 않는다’며 “사기업체 고문으로 겸직하는 것은 문제가 없음”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고문 이력을 은폐하고, 고문료의 신고를 누락한 것이 정부 기관의 ‘강령’을 위반한 것이 맞다면, 공직자 후보자로서 중대한 문제다. 앞서, 정동기 후보자는 7억 원, 신재민 후보자의 아내는 5000만 원의 감사료 수임 등이 드러나 결국 낙마하기도 했다.
또 고문을 맡은 시기가 KTF와 ‘BCNe글로발’의 ‘납품 비리’가 벌어졌던 시기(2006년~2007년)와 일치해 이계철 후보자가 양사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 2008년에 이 ‘납품 비리’로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은 뒤인 2009년까지 고문을 맡은 의혹 등도 있어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고문 이력을 누락시킨 것은 공기관 이사장으로 성실한 신고 의무를 저버린 것이고 이사장 취임 자체가 부적절한 인사였다는 것”이라며 “‘임직원행동강령’에 위배되는 스폰서, 전관예우를 받은 이계철 후보자는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비상임이사로 재직한 이 후보자의 경우에는 ‘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위반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령에 표기된 ‘임직원’에 상임 이사는 포함되지만 비상임 이사는 포함하지 않고 ‘비정규직’도 매일 출근하는 상근직을 뜻한다”며 “비상임 이사의 경우 진흥원의 행동 강령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37조 1항의 임직원 겸직 제한의 경우에도 상근직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계철 후보자는 지난 1월27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돈 봉투‘ 의혹 등으로 임기 2년을 남기고 전격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가 지난 14일 내정한 후보자다. 이 후보자는 고려대를 나왔고, KT 사장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