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T 계열사 직원들이 사측으로부터 사직을 강요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과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는 KT 계열사의 그간 인력운영 실태 또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이들은 KT가 명예퇴직을 유도하며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곳에서조차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주장한다. KT 계열사의 인력실태를 살펴봤다.
수화기를 들고 ‘100’번 또는 ‘114’번을 누르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 이들은 KT 계열사 케이티씨에스(KTcs), 케이티스(KTis)의 콜센터 담당 근로자로, 고충처리 업무(VOC)를 담당한다.
이들 중 일부는 KT에서 명예퇴직을 권고 받고 계열사로 이동한 케이스로, 최근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08년 KT가 VOC를 분사하면서 당시 명예퇴직을 유도한 500여명 대상자 중 일부이며, 계열사에서 또 한 번의 퇴사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위장해고 여전히 지지부진
이들에 따르면 KT는 명예퇴직을 유도하며 계열사인 케이티씨에스와 케이티스에서 3년간 고용보장, 이전급여 70% 지급, 새로운 인센티브 제공 등을 약속하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계열사가 담당하던 VOC 업무가 다시 KT 본사로 회수됐고 이러한 과정에서 계열사로부터 9월30일자로 된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기도 하는 등 또 다시 사직을 강요받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이번 사직서에 서명하면 실업수당을 받게 해준다고 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업무 없이 특별교육프로그램에 투입하거나, 현 임금의 반으로 콜센터 업무에 배치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KT가 고용보장을 약속했지만 계열사에서 이들은 기간제근로자, 즉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근로자로, 기간제법을 적용하면 해고에 해당된다.
이들은 현재 희망연대노조와 함께 사측에 조속한 상황정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를 위장정리해고로 규정하고 정계와 유관기관 등과 함께 해고 철회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해 발로 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희망연대노조는 △KT 계열사 비정규직 노동인권 실태조사팀 구성 △이를 토대로 8월말경 증언대회를 포함한 토론회 개최 △노동인권실태조사 결과 바탕의 국감대응 준비 △강제사직 철회요구 케이티스 지부 투쟁 연대지원 △100번, 114 전화안내 콜상담원 조직화를 위한 지원계획 수립 △KT 주요거점 사옥에 회사규탄 현수막 설치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희망연대노조 박재범 사무국장은 “KT 계열사가 실업수당을 운운한 것부터 잘못된 행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며 “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도 버티기 힘들어
이들은 현재 계열사에서마저도 사각지대에 놓인 처지다. VOC사업 회수로 퇴직이 결정된 직원 500여명 중 사직을 거부한 조합원은 100번 콜센터 업무에 대한 ‘업무전환 재교육’이 실시됐다.
하지만, 실시된 업무전환 재교육은 단순한 업무교육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케이티씨에스는 고령자 업무전환 교육 대상자들에게 매일 시험을 치르게 하고 경직된 근태관리를 했으며, 교육 종료 전날 교육대상자 7명중 5명에게 업무전환 재교육을 실시했다는 설명.
케이티스도 기존 VOC 담당자들에게 KT건물에 대한 임차비용을 이유로 남아있는 2, 3, 4기 교육 기수를 원거리로 발령했지만, 인천과 의정부 센터로는 지원자가 없자 ‘회사 방침이니 따르라’고 통보하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말에는 군포·용산센터의 교육생을 ‘성수교육센터’로 발령 보내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교육생들과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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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서 명예퇴직을 권고 받고 계열사로 이동한 근로자들이 최근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곳에서조차 퇴사를 강요받는 등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최근 촛불집회 모습. |
희망연대노조 박 사무국장은 “케이티씨에스와 케이티스는 교육대상자들에게 100번 콜센터는 근무환경이 열악해 젊은이들도 잘 버티지 못한다고 위협을 주는 등 이들의 업무전환을 원치 않았다”며 “직원들은 ‘교육을 받을 테니 제대로 투입시켜 달라’는 입장이었지만 계속해서 재교육을 시키는 등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소수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어 “결국 사측은 준고령자인 근무자들이 견디기 힘든 교육을 진행하며 ‘못 버티겠으면 사직서를 제출라라’는 태도였다”며 “이러한 특별교육프로그램은 반노동자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무관리의 일환으로, 업무전환 시 현 임금의 50%를 삭감하는 등의 행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스 관계자는 “교육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여러 곳에서 교육생들이 모여 집합교육을 해야 하는데 일부는 거리가 먼 곳으로 교육을 들으러 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한두 분 정도는 먼 곳에서 오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20분이면 충분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케이티씨에스·케이티스 콜센터 상담사의 ‘근무환경’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케이티스가 운영하고 있는 100번 콜센터는 직원들의 식사시간마저 빼앗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유명하다고 회자되기도 한다.
서울CS 본부 소속 100번 상담원들은 신규상담원을 포함해 약 350여명이며 서울지역 전체 가입자 고객 상담을 3개의 상담센터가 나눠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열악한 업무환경으로 2010년 이전 입사자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우선, 100번 콜센터는 임금을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기본급은 90만원대로 최저임금 수준이며 나머지는 모두 인센티브 및 수당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서울CS 본부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임금협상은 없으며 1년에 한 번씩 급여설명회를 열고 있다”며 “하지만, 중요한 인센티브 등은 어떻게 계산돼 월급에 반영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출근해 42콜을 채우고 퇴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돼 인센티브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사규에는 생리휴가도 가능하고 4시간 근무하면 1시간이 휴식이라고 규정돼 있지만 현실에서 모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재 3개의 센터로 나눠져 있는 케이티스 100번 서울콜센터는 각 센터별로 경쟁이 심해 2센터의 경우 점심시간을 20분밖에 주지 않는 등 상담사의 복지환경이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점심시간은 40분이지만 일부 센터의 경우, 20분만 주고 20분은 콜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8시 출근하는 조기 출근자도 마찬가지여서 이들은 거의 하루 종일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스 관계자는 “16일에서 월말까지는 요금고지서 때문에 콜량이 급증하는 시기인 만큼 사람충원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직률이 높아 쉽지 않다”며 “점심시간은 40분 정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정책에 대해 이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내포털 내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복지제도 등을 오픈해 놓았다”며 “임금에 관한 질문에도 답해주고 있으나 아직 직원들이 커뮤니티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KT는 지난 2009년 케이티씨에스·케이티스가 KT 자회사들과의 통합·합병 과정에서 기존 콜센터 아웃소싱 기업들과 재계약을 종료해 상생경영이 지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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