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계열직원 사직 강요…윤리경영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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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계열직원 사직 강요…윤리경영 어디가고?
계열사위장-정리해고 논란① “손 안대고 코 풀기식으로 직원들 정리”
입력 2011.08.05  11:38:40 나원재, 이지숙 기자 | nwj@, ljs@newsprime.co.kr  
[프라임경제] KT 계열사가 직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사직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이에 대한 올바른 상황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KT 계열이 아닌 KT로부터 시작된 정황마저 있는 터라 후폭풍마저 우려된다. 한 마디로 KT는 ‘손 안 대고 코 풀기’ 식으로 직원을 정리했다는 지적이다. 길게는 20년, 젊음을 바친 직장에서 이들이 갈 곳 없는 처지에 놓인 이유는 무엇일까? 적절치 못한 이번 행보가 ‘상생경영’을 외치는 KT의 이면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내용을 따라가 봤다.

KT 계열사 직원들이 지난 7월21일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희망연대노조와 기자회견을 열고 “3년 전 계열사로 배치해놓고 이제는 필요 없다며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목메어 외쳤다.

이들은 지난 2008년 KT가 고충처리 업무(VOC)를 분사하면서 당시 명예퇴직을 유도한 500여명 대상자 중 일부다. 이들에 따르면 KT는 명예퇴직을 유도하며 계열사인 케이티스(KTis)와 케이티씨에스(KTcs)에서 3년간 고용보장, 이전급여 70% 지급, 새로운 인센티브 제공 등을 약속하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계열사가 담당하던 VOC 업무가 다시 KT 본사로 회수됐고, 이들은 KTis·KTcs로부터 사직을 강요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3년 고용보장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9월을 앞두고 사측으로부터 “7~9월 임금은 그냥 지급하겠다”며 9월30일자로 된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계열사로부터 “이번에 사직서에 서명하면 실업수당을 받게 해준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업무 없이 특별교육프로그램에 투입하거나, 현 임금의 반으로 콜센터 업무에 

배치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KT 계열사 직원들이 지난달 21일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희망연대노조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3년 전 계열사로 배치해놓고 이제는 필요 없다며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목메어 외쳤다.

KTis·KTcs는 100번과 114번 등 KT그룹의 정보안내 콜센터와 그룹의 상품유통 및 통신상품 사업, 그리고 콜센터 아웃소싱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사직서 서명을 거부한 근로자로, 현재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KTis와 KTcs에 각각 지부를 설립하고 사측과의 교섭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계열사 일이지만 발단은 KT

이번 일은 KT그룹 계열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발단은 KT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KT가 3년 고용보장으로 이들을 계열사로 이동시켰지만 3년 후 KT는 VOC 사업을 다시 그룹으로 편입시켰다는 점이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지적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KT가 고용보장을 약속했지만 계열사에서 이들은 기간제근로자, 즉,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근로자였다.

이는 현재 계열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과 맞닿는다. 기간제법은 회사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을 초과할 경우 해당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거 만 55세의 경우,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이들에 따르면 KTis·KTcs는 “기간제법은 맞지만, 이미 당신들은 만 55세가 넘었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라 적용받지 못한다”며 회유했다.

과연 그럴까? 본지 확인 결과 이들은 50세~55세가 대부분으로 기간제법 예외규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고용보장 3년은 곧 계약직 근로자로써 2년이 지났음을 설명하며, 따라서 이들의 경우 해고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나 중대한 원칙에 어긋난 행위와 같은 사유가 있어야 한다.

또, 회사가 일방적으로 업무를 변경시키는 것과 관련해 그 자체의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계약 당사자인 노동자의 동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위법한 행위로, 임금체불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번 일은 KT그룹 계열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발단은 KT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여의도 ktis 본사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희망연대노조 박재범 사무국장은 “길게는 20년 이상을 KT에서 근무하며 젊음을 바친 분들도 있는데 이분들이 KT에서 이러한 처우를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사측의 협박에 모멸감을 느끼거나 회유에 체념해 사직서를 제출하신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어찌 보면 두 번 명퇴를 하는 웃지못할 상황으로,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된 일부는 내용증명을 통해 사직서 철회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 역할 기대

KTis·KTcs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를 두고 이석채 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09년 전 상황으로 취임 후 이 같은 사례는 없었지만, 이제와 곪아터진 일련의 과정에 대해 현재 KT의 수장인 이 회장의 역할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생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이 회장이기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계열사 직원들의 눈초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할 말이 많아 보인다.

KTis·KTcs가 KT 계열로 편입된 지난 2009년 이후 콜센터 하도급 업체들이 밀려나며 상생경영을 역행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는 KT. KT와 KTis·KTcs가 연계된 이번 사태가 KT그룹의 상생경영과 윤리경영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지 관련 업계의 이목은 여전히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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