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kt에서 근무하던 중 3년 전 명예퇴직을 하고 자회사인 ktcs로 넘어갔던 전 모씨가
지난 3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한 도로가에서 불에 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전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가족들이 죽음을 믿지 않아 현재 유전자 감식이 의뢰된 상태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승용차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져 있는 것 등을 비추어 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에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금년 들어 확인된 13번째 kt 희생자입니다.
그의 죽음은 명백히 kt에 의해 만들어진 죽음입니다.
최근 그분과 몇 차례 깊은 얘기를 나누었던 저로서는 그 분이 살아 온 인생을 알기에
그분의 죽음 소식에 정말 먹먹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이 kt라는 기업과 그 경영진들의 잔임함에 다시 한 번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그 분은 오직 살기 위해 kt에서 일했고 회사에 누구보다 충성했지만 kt는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습니다.
명퇴 전 그는 kt 노조 모 지부의 어용 지부장이었습니다.
이 표현은 그 분이 제게 직접 한 표현입니다.
오늘날 kt에서 제일 좋은 보직이라는 어용노조 지부장 자리를 관둘 수 밖에 없었던
개인 사정이 있어서 그는 명예퇴직을 선택했고
kt 에서 받던 급여의 70%를 받기로 하고 계열사인 ktcs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어용 지부장 자리를 포기할 정도라면 그 분이 겪은 어려움을 우리 모두 능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ktcs에서 일하면서 비록 월급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맘은 편했다’던 그 분!
그러나 kt는 3년 만에 또 다시 사직을 강요했습니다.
3년 전 voc 업무를 외주화시켰던,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이직하게끔
강제했던 kt가 이번에는 다시 그 업무를 자회사로 부터 빼앗아 온 것입니다.
살길을 찾아 어용지부장 자리도 버리고 월급 빤히 30% 깍이는 줄 알면서 찾아왔는데
또 다시 해고 위협에 몰린 것이지요.
그래서 그 분이 이번에 선택한 것은 민주노조였습니다.
용기를 내어 노조를 만들었고 지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결국 kt어용노조 지부장 자리를 버리고 자회사로 와서는 가시밭길이 예정되어 있는
ktcs 민주노조의 지부장이 된 것입니다.
민주노조에 대해 회사의 대응은 잔인했습니다.
9월말 부터 또 다시 임금을 절반 가까이로 깎겠다며
전 조합원을 상대로 사인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짐작이 가고도 남지요.
살기 위해
kt에서 받던 임금의 70%를 받기로 하고 자회사로 넘어온 지 3년
이제 그 월급조차 반토막을 내겠다는 회사의 처사에 그가 느꼈을 좌절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리고 끝내 못 돌아올 길로 가신게지요.
이 분이 돌아가지시기 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를 장시간 진행했습니다.
kt의 노조탄압 이야기, 어용노조 이야기부터 잔인한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그 분 이야기와 함께 죽음의 직장으로 변해가는 kt 이야기들이 10월 11일 mbc PD 수첩의 전파를 탑니다.
아마도 그 분이 살아 있으며 마지막까지 고뇌했던 모습을 생생히 볼수 있겠지요.
저는 이프로그램을 그 누구보다 이석채 회장과 kt 경영진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인간이라면 가슴 한 구석 슬픔이 밀려오리라 저는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떠나 kt의 잔인한 경영에 희생된 이 분 영전에
이석채 회장이 애도의 한마디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슬픔과 분노를 모아
그 분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이 죽음을 믿고 있지 않아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신원을 밝히는 것을 거부해서
저도 그 분으로만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