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끼리 무한경쟁…‘호갱님’ 누구한테 털렸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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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잦은 교체 지원금, 바꾸지 않은 사용자가 부담 |
통신 이용자 부담을 결정적으로 높인 것은 과다한 단말기 지원보조금 등 늘 문제가 됐던 마케팅 비용으로, 자신들이 정한 가이드라인보다 18조원을 더 지출했다고 감사원은 평가했다. 앞서 2010년 통신 3사는 단말기 보조금과 가입자 유치와 유지를 위해 대리점에 지급하는 지급수수료 등 마케팅비의 한도를 매출액 대비 22%, 2011년부터 20%로 낮추기로 하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에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알 수 있듯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를 관리해야 할 미래부와 방통위는 개입하지 않았다. 이 금액은 그대로 원가에 반영돼 통신요금으로 전가됐다. 결국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사람의 단말기 지원금을 단말기를 바꾸지 않는 소비자들도 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마케팅비 과다사용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아닌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이어서, 감사보고서상에는 지적사항에 포함하지 않고 검토의견으로만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요금은 해마다 올라갔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가구당 월평균 통신서비스 비용은 14만3000원으로, 2006년 12만7000원에서 1만6000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가구당 월평균 이동통신 요금도 우리나라는 115달러로, 국토가 6배 넓고 국민소득은 2배인 프랑스(34달러)보다 3배 이상 높다.
감사원이 미래부 감사에서 지적한 통신 3사의 ‘부당요금 전가액’ 22조8000억원을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명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45만원, 연간 15만원, 월평균 1만2500원꼴이다. 통신사들이 요금 원가를 제대로 책정하고 정부가 철저하게 감시·감독한다면 최소한 통신요금을 이 정도는 더 낮출 여지가 있는 셈이다. 대신 단말기 교체 지원금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고, 단말기 교체 수요도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들은 2011년부터 통신 3사에 대해 통신요금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해왔다. 올해 2월에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통신요금 원가 공개 소송에서 법원이 소비자 쪽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함께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조형수 변호사는 “통신사들이 통신요금 원가를 부풀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감사원 조사에서 이런 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며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해 통신요금이 투명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