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사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사상 초유의 삼 세판 연임 심사라는 황당한 쑈의 결말은 회사에 엄청난 상처만 남기고 허망하게 마무리됐다.
일관되게 구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고, 거듭 포기를 요구해 온 우리 새노조이지만 이런 식의 무책임한 사퇴에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만시지탄이다. 진작 스스로 포기했어야 할 연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회사를 무려 두달 이상 업무마비 상태로 몰아넣고 이제와서 사퇴라니 이 무슨 무책임한 처사란 말인가! 이사회는 신임 사장 선임이 마무리되는대로 구현모 사장 연임 욕심으로 초래된 지난 두 달의 경영공백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도 구현모 사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연임 포기가 스스로 성찰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버티다가 어쩔수 없이 외압에 의해 관두는 것 같은 모양새를 만듦으로써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힌 점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 외압으로부터 국민기업을 지킬 용기조차 없는 이가 사장 자리에는 미련을 둔 데서 회사 이미지가 망가졌음을 이사회는 성찰해야 한다.
특히 애초부터 구 사장의 버티기가 자신의 연임보다는 퇴임 후 자신의 안전을 담보받기 위한 정치권과의 거래용이라는 의혹이 꾸준히 있었던 만큼 퇴임에 관계없이 구 사장의 횡령 건 등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문책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사장이 버티기 끝 사퇴라는 최악의 수를 선택함으로써 후임자로 정치권 낙하산 등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만천 하에 고백한 이사회가 정치권 낙하산을 거부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케이티 내부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외압이 아니라 이사회의 용기이다. 우리는 이사회가 구사장 사퇴를 계기로 자정의지와 함께 정치권 낙하산에 결연히 맞설 용기를 가져줄 것을 호소한다. 대오각성한 이사회가 정치적 외압에 맞설 때 케이티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할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