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T이사회가 구현모 대표 연임을 발표했다. 국민기업의 총수가 회사 돈을 횡령한 죄를 저질러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매우 부적절한 사례를 남긴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는 KT구성원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셀프 연임, 황제 연임 등 시민사회의 비판을 정면돌파하겠다며 이사회와 구현모 사장이 벌인 복수 경쟁 쑈는 결국 구 대표 연임이라는 결과를 정해 놓고 벌인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이사회와 CEO가 부적절한 짜고 치기로 회사의 리스크를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구 대표는 정치자금 및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임기 중 탈통신 전략의 반대급부로 인한 통신대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등 차기 CEO로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마저도 KT의 셀프연임과 거수기 이사회 문제를 언급하고 나섬에 따라, KT의 CEO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사회는 복수후보 심사를 선언하며 논란을 피해가면서 더 좋은 후보군을 심사한다더니, 결국 2주 만에 구 대표 연임을 승인했다. 답을 정해놓은 쇼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절차에 있어서도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사장 후보를 골라 심사하는 지 조차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경쟁과 최악의 밀실 결정이었다.
투명성도 내용적 적절성도 결여된 이사회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한번 국민기업 KT는 CEO 리스크에서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특히 오는 3월 주총에서 구 대표 연임 안건 승인을 놓고 다시 한번 국민적 여론 심판대에 올라설 것이 예상되고 이는 국민기업KT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지금껏 연임을 위해 질질 끌어온 구현모 개인의 횡령 및 정자법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그 파장도 매우 우려된다.
이에 우리는 회사의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연임 결정을 내린 KT 이사회를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내년 주주총회에서 양식있는 주주와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구 대표 연임을 저지하여 국민기업 KT를 정상화시킬 것임을 다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