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文대통령과 포옹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아직 복직 투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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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과 포옹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아직 복직 투쟁 중”

기사입력2017.12.25 오전 6:30
최종수정2017.12.25 오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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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인 김선호씨(32·왼쪽)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17.5.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회사는 고용부 시정명령 받고도 묵묵부답
“포기하고 떨어져 나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19대 대통령 선거를 3일 앞둔 지난 5월6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투표율이 25%를 넘으면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20여명의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당시 문 후보자와 포옹을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김선호씨(32)도 있었다. 

KT스카이라이프’의 무선사업팀에서 계약직근로자로 일을 하던 선호씨는 올해 4월 동료 염동선씨(37)와 함께 회사를 나와야 했다. 계약직으로 3년 이상 일을 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됐어야 했지만 회사는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앞서 회사는 3년의 기간을 8개월, 12개월, 4개월, 다시 12개월 단위로 나눠 KT그룹 계열사를 통해 소속을 4번이나 변경해가며 쪼개기 계약을 맺었다. 2년이 넘으면 정규직 채용을 해야 하는 기간제법을 피해가려는 꼼수였다. 

고용주로 돼 있는 파견 회사에는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업무도, 근태도, 인사도, 계약갱신도 모두 스카이라이프의 지시 아래서 이뤄졌다. 명백한 ‘불법파견’이었다. 그렇기에 고용노동부도 스카이라이프의 행위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직접고용을 지시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15일 시정명령 기한이 만료됐음에도 회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뉴스1과 만난 선호씨와 동선씨는 거대한 대기업을 상대로 서로만을 의지한 채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평범한 ‘가장’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장’이라는 두 역할을 함께 짊어지게 된 상황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동선씨에게는 5살 아들과 아내가 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계약 만료가 4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고정된 수입이 없는 해고 노동자지만 내년 초면 얼마를 올려줘야 할지 모를 전세금에 대한 부담에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주변의 여러 도움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수입은 일을 할 때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선호씨는 할머니와 어머니, 삼촌을 모시고 살고 있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이번 달이면 지급이 종료되는 선호씨의 ‘실업급여’다. 어머니와 삼촌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선호씨는 평소 구순이 가까운 할머니와 소통을 하지만 할머니가 충격을 받을까봐 해고됐다는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선호씨는 이날도 출근 한다는 말을 할머니에게 전하고 집을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본격적으로 회사와의 싸움에 나설 때만 해도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동선씨는 “프리허그 뒤에 화제가 됐고 이후에 국감에서도 다뤄지고 노동청에서도 불법파견 판단이 나와서 이제는 곳 해결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회사는 ‘검토하고 있다’는 허울 좋은 말만 내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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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김선호씨(32·왼쪽)와 염동선씨(37)가 국회 앞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News1
스카이라이프측은 동선씨와 동호씨가 케이티스 소속으로 스카이라이프에는 잠시 파견됐을 뿐이라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전 정부의) 고용노동부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진정에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며 “최근 (이를 뒤엎는)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나왔지만 지난 3월 형사소송이 제기된 만큼 소송결과까지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동선씨와 선호씨는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대표와 파견업체인 케이티스 박형출 대표를 파견근로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했고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갈 경우 기약 없는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그렇게 회사는 또다시 기다림을 요구했다. “3년 동안 일하면서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하기에 기다렸어요. 이제 또 자신들이 ‘고려’하는 동안 기다리라고 하는데 아마 저희가 포기하고 나가떨어질때까지 ‘고려’만 할 것 같아요.” 

동선씨는 끝이 없는 기다림이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동선씨와 선호씨는 회사가 결국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에는 과태료로, 형사 처벌에는 벌금을 내고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메긴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 총 2000만원은 대기업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돈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과태료와 벌금을 내고 버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아직 법적인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동선씨는 “불법이 자명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인정했는데 과태료만 내고 끝이라면 사람을 죽이고 벌금만 내면 끝이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부가 나서서 악행을 저지르는 기업을 제재하고, 저희 사례를 시작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프리허그 때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선호씨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인권 변호사 시절 많은 노동자들을 보셨을 것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셔서 비정규직에 언제 잘릴지 몰라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지도 못하고 절망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이 합리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선호씨는 지난해 10년째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해고로 인해 그 약속은 무기한 늦춰졌다고 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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