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박정호 SKT 사장, 자급제 주도하는 진짜 이유…사실상 CJ헬로 인수 효과?

박정호 SKT 사장, 자급제 주도하는 진짜 이유…사실상 CJ헬로 인수 효과?

     

    입력 : 2017.11.20 06:00

     

    이동통신 3사 모두 단말기(휴대전화) 유통을 포기하고 단말기 완전자급제 지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이 제도가 케이블 방송 업계에는 또다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통 3사가 자급제 도입 후 절감한 단말기 관련 마케팅 비용을 인터넷TV(IPTV)와 통신요금 결합상품 마케팅에 쏟아 부을 경우 유료 방송 부문에서 통신사와 경쟁 중인 케이블 방송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에서 ‘문제해결사’ 또는 ‘승부사’로 통하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적극 밀어부치는 이유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추진으로 인한 손실 확대를 줄이기 위한 목적 외에도 지난해 SK텔레콤이 추진한 CJ헬로 인수합병 실패를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017년 10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SK텔레콤은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 / 심민관 기자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그동안 고수해온 단말기 유통권을 포기하고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자, 케이블 방송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이 인터넷TV(IPTV)와 이동통신 결합상품에 마케팅비를 대대적으로 쓸 경우 가입자와 매출 감소, 투자 정체, 수익성 악화 등 ‘3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케이블 방송업계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단말기 보조금과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등으로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은 연간 약 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만해도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 7조6187억원 중 6조 8789억원이 단말기 지원금과 유통망 판매장려금으로 사용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지 않는 한 이통 3사의 25% 선택약정 요금할인 의무도 없어진다. 결국 통신사들은 ‘7조원 + 알파’ 규모에 달하는 마케팅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케이블 방송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과 판매 장려금에 투입해온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게 되면, IPTV와 통신요금의 결합상품을 싸게 내놓을 여력이 생긴다”면서 “기존 케이블 방송 가입자들이 통신사의 IPTV 서비스로 이탈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케이블 방송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IPTV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각종 할인혜택을 대폭을 높일 경우, 이에 맞불 작전을 펴며 출혈을 감수할 수 있는 케이블 방송사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 단말기 유통 제도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후를 비교한 도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보조금과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이 사라진다. / 조선일보 DB
    지난해 CJ헬로(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에 실패한 SK텔레콤(017670)의 경우,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실시되면 CJ헬로를 인수합병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텔레콤은 케이블 방송 1위 업체인 CJ헬로를 인수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동통신 상품과의 결합을 유도해 통신 가입자를 늘리려고 했지만 공정위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완전자급제가 실시되면 SK텔레콤이 단말기 유통 관련 지출 비용을 IPTV와 통신요금 결합상품에 대대적으로 투입해 케이블 방송 가입자들을 뺏어올수 있어 CJ헬로를 인수합병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고 박정호 사장이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먼저 단독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자진출석해 완전자급제 찬성의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계산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사장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지난 6월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재로 열린 확대경영회의 때다. 국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많았지만, 국내 1위 통신사 CEO가 직접 단말기 유통 분리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SK텔레콤의 사장이 직접 출석한 것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하성민 사장 이후 처음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13.38%에 불과하다.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케이블 방송사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45.76%에 이른다.

    2017년 10월 1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심민관 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

    통신업체 대리점이 아니라 일반 가전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고객이 원하는 통신업체에 가입하는 제도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에서 손을 떼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이통사의 휴대전화 판매가 금지되고, 단말기 보조금과 25% 선택약정 요금할인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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