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금융위, 공정위 국감앞두고 ‘떨고있는’ 재계  

KT새노조뉴스클리핑Leave a Comment

 
기사입력2017.10.14 오후 3:49
 
원본보기

2017년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12일 국감에 참석한 기관 및 기업 관계자들이 국회 본관 회의실 밖에서 노트북을 켜고 서류를 챙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기업 관련 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환노위 등의 국감을 앞두고 재계 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도 각 상임위에서 전체 50명이 넘는 기업인이 일반증인으로 신청됐다. 기업인들이 증인신청 요구에 반드시 응할 필요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핵심사안으로 재벌개혁과 같은 재계 문제를 꼽은 마당에 무턱대고 특별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기에는 비판여론도 그렇고 정부 눈치도 보이는 등 여러 모로 기업이 받는 부담이 크다. 이미 시작된 과기정통부 국감 등에서는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기업인들에 대해 위원들이 “강력 대응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일단 국감장에 나간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KT의 경우 케이뱅크 특혜의혹으로 황창규 회장에 대한 국감 출석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유지 문제가 걸려 있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시한폭탄’처럼 남아있는 ‘세타2 엔진’ 리콜 문제가 국감장에 오른다.

여러 상임위 중에서도 재계가 가장 긴장하는 국감은 뭐니뭐니해도 정무위 국감이다. 지난해 일반증인 13명, 참고인 3명 등 전체 16명에 불과했던 정무위의 비기관 증인 및 참고인 숫자는 올해 54명(증인 39명, 참고인 15명)으로 대폭 늘었다. 그만큼 위원들이 질의할 사안도, 각 사안별 내용도 많다는 뜻이다. 정무위 국감은 16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17일 금융감독원, 19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예정돼 있다.

KT, 케이뱅크 의혹에 ‘곤혹’

금융위 국감에서부터 ‘불꽃’이 튈 예정이다. 국감 시작 직전 급부상한 케이뱅크 특혜인가 의혹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올 4월 출범한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출범 전 기대와는 달리 초반 운용실적이 크게 좋지는 않지만 2015년 인가를 받을 당시만 해도 유망한 신사업이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KT가 자의였든 타의였든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서 “KT가 케이뱅크를 받는 조건으로 최씨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한때 재계에 돌기도 했다.

소문으로만 그칠 것 같던 케이뱅크 문제는 올 7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가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케이뱅크도 엄연히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인가를 받았으므로 설립 당시 대주주는 우리은행이었다. 규정상 은행 인가를 받으려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업종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자기자본비율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따질 것인가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 정부의 유권해석 여지가 남아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인가받을 당시의 직전 분기말인 2015년 6월 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4.0%로 업계 평균(14.08%)에 못미쳤다. 이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케이뱅크를 받을 수 없지만 우리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을 평균 3년치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인가를 내줬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통상 자기자본비율은 직전 분기말 시점으로 산출해 왔다”며 “유독 케이뱅크만 3년 평균으로 허가해준 것은 특혜”라고 주장 중이다. 인가과정을 조사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10월 12일 “유권해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민주당은 정무위 국감에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KT가 주주 간 사전합의를 통해 케이뱅크 설립 후 사실상 대주주 위치에 오른 만큼 석연찮은 인가 관련 유권해석 과정에 KT와 박근혜 정권의 유착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이사를 특혜의혹 등의 건으로 증인 요청했고,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도 증인으로 불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실체 없는 정치공세”라며 반발하고 있어 국감이 끝나는 10월 말까지 여야 간 대립전도 예고되고 있다.

케이뱅크가 단순한 유권해석의 문제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큰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국감 과정에서 특혜를 입증할 만한 또 다른 사실이 폭로될 경우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KT는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였던 광고회사에 청와대 요청으로 수십억 원대의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된 상태다. 이 때문에 당장 케이뱅크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KT를 이끌고 있는 황창규 회장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무위에서 황 회장을 국감 추가 증인으로 요청할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선 최순실씨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황 회장은 10월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위 국감에 통신비 감면대책 및 ‘최순실 국정농단’건으로 증인 신청됐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도마에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문제도 이번 국감의 주요 메뉴다. 삼성생명은 기관투자가를 제외하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 8.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7월 말 기준 보유지분의 시세가치는 32조원에 달한다.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에 따라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규모로만 보유할 수 있다. 올 3월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6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주가의 현 시세(공정가치)를 고려하면 규정을 훨씬 초과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지만, 하위 감독규정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시세가 아닌 취득원가(5조6716억원)로 산정하도록 정해놓은 덕분에 30년간 현재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취득원가와 시세 간 괴리가 워낙 크고, 이를 통해 삼성 총수 일가가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되면서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문제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국감을 통해 제기됐다. 올해는 특히 재벌개혁이 화두가 된 만큼 국감장에서 이전 국감보다 더 강도 높은 문제제기와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감독규정에서 정한 지분 평가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세로 변경토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법에서 정한 ‘총자산의 3% 이하’ 규모의 지분만 남기고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감독규정의 경우 극단적으로는 정부가 단독으로 개정할 수도 있지만 여러 논란이 있고 파급력도 크다는 이유로 정부는 공을 국회로 넘긴 상태다. 민주당은 개정안에 찬성을, 자유한국당은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정무위 국감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간 충돌도 예상된다.

정무위 소속인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법률의 제·개정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 매각이 강제되는 경우,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특정주주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할 경우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이다. 국감에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삼성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업법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에는 또 하나의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가입자들에 대한 이익 배분 문제도 함께 국감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매각대금의 일정 부분을 유배당 보험가입자들에게 배당해야 한다. 이때 매각대금 중 얼마를 유배당 가입자들에게 분배할 것인지 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또한 주식 매각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분배되는 금액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문제 역시 국감에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리콜 이슈 커질까 ‘불안’

공정위 국감에서는 삼성전자의 단말기 가격 문제가 위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이통사와 단말기 가격을 담합한 의혹이 있다”며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상태다. 고 사장의 경우 과기위 국감에도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 사장이 18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하기로 이미 지난달부터 확정이 돼 있다”며 공정위 국감에도 불출석할 예정임을 분명히했다. 재계에선 고 사장 대신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공정위 국감에 출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위 국감에서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은 현대자동차의 ‘세타2 엔진’ 문제가 집중 추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는 이 문제와 관련해 여승동 현대자동차 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했고, 여 사장은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문제로 리콜을 진행하면서 미국과 국내 소비자를 차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미국 세타2 엔진 관련 상세 리콜 매뉴얼’을 보면 현대차는 2015년과 2017년에 리콜을 진행하면서 딜러로 하여금 리콜 캠페인을 수행토록 했고, 현대차는 필요할 경우 엔진을 교체하도록 안내했다. 각각 매뉴얼에 점검 결과와 서비스 절차, 사진 등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 5월 국내에서 세타2 엔진으로 리콜을 할 때는 소비자들에게 배포된 자료가 없었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현대차에서 받은 자료도 엔진을 점검하는 내용을 안내한 1장짜리 문건뿐이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실시한 리콜과 미국에서 진행한 리콜은 원인이 달라 조치도 당연히 다르다”며 반박해 왔지만, 박 의원이 10월 1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현대차 세타2 엔진 결함조사 보고서’를 보면 결함 원인을 조사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양 국가에서 실시된 리콜의 원인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나 현대차 모두 해당 보고서에 대해 “정확한 결론보다는 추정에 가깝다”며 신중한 입장인 가운데 국감에서는 보고서의 결론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부터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고 있는 대림산업도 총수격인 이해욱 부회장이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다. 대림산업은 2015년 당시 이해욱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대림아이앤에스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제개혁연대 등이 대림코퍼레이션을 둘러싼 다른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원본보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0월 12일 경기도 과천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와 국감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도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권 부회장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문제로, 허 부회장은 하도급거래 위반 문제로 출석 요청을 받았다. 이해진 네이버 등기이사의 경우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 등으로 증인 채택됐지만 8월 말부터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출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외국계 기업으로는 가맹점 불공정행위로 수년째 논란을 빚어온 피자헛의 이스티븐 크리스토퍼 대표이사와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벤츠코리아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등이 각각 정무위와 환경노동위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실라키스 사장의 경우 질병 치료를 이유로 13일 환노위 국감에 불출석해 향후 출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