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한진해운·인터넷은행도 개입? 금융당국 ‘당혹’
국회 정무위원회가 16일 정부의 한진해운 구조조정-법정관리 과정,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도 최순실씨가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원칙 외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은행 혁신안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현안보고를 들었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도 상정했다. 현안보고에서 야당 의원들은 금융정책 의사결정에도 최순실씨 그림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대우조선해양 회생 가능성, 산업은행 혁신안의 실효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野 “금융에도 최순실”-임종룡 “원칙에 따랐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최씨가 지난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금품을 요구하고 조 회장이 이를 거절한 것이 조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나 한진해운 처리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따졌다. 김해영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최씨 영향력 때문에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잣대도 달랐다는 것이다.
이학영 민주당 간사는 정부가 한진해운에 3000억원 지원을 거부하고 2개월 만에 그 22배인 6조5000억원이 필요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애초 카카오, 인터파크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 KT가 뒤늦게 뛰어들고도 인가를 받았다며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영향력 의혹을 제기했다. 차씨의 측근이 KT 임원이 되는 등 이를 통해 최순실씨가 금융 분야까지 입김을 불어넣었다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해 “원칙에 따른 처리지 결코 다른 요인 고려한 것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첫째 해운업은 소유주가 있는 경우 부족자금은 스스로 조달한다, 둘째 용선료 사채권 선박금융 일반채권 4개부분에 채무조정을 해야 하고 그 전제에만 지원하겠다는 일관된 원칙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은 스스로 자금조달 등 성공했고 한진해운은 그 과정에서 전혀 (원칙에) 합치되질 않았다”며 “그래서 원칙대로 처리하게 된 것이지, 그외 어떤 요소도 없다”고 했다.
또 한진해운 등 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경제수석 시절 참석했고, 수석 교체 뒤엔 강석훈 경제수석이 참석했다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의혹에도 답답함을 비쳤다. 그는 “(최순실씨나 차은택씨는) 인터넷은행 인가와 전혀 무관하다”며 “인터넷은행들이 본인가를 받아서 영업 개시하려 하는데 근거없는 얘기가 전해져서 신생기업의 출범에 타격을 입는다면 굉장한 문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인 임 위원장은 “부총리 준비중인가”라는 민병두 의원 질문에 “금융위원장직에 더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 콘트롤타워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자구노력 제대로 안되면 정상화 약속 못해”
조선업황이 부진하고 대우조선의 수주액도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이 회사에 대한 출자전환 등 추가지원이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작년 10월 4조2000억원 지원의 근거로 삼았던 수주액은 115억달러로 전망하고, 실제로 13억달러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도 대우조선 회생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당초 수주전망에 못미치는 수주로 어려운 상황이 가중돼 자구노력을 더 강력하게 하는 등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우조선의 자구노력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시황이 계속 나빠 회사가 살 수 없는 상황이 된다든가, 이해관계자가 손실부담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상화를 약속드릴 수 없다”며 “하지만 STX 에서 보듯 그 충격 위험요인을 계속 줄여나가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산은의 대우조선 추가지원 방안이 내년 유동성 부족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했느냐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에게 “(업황은) 어느 누구도 예측 못한다”며 “이런 것조차 하지 않으면 더 절벽으로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원칙과 잣대가 달랐다는 제윤경 민주당 의원 등 야당의 끈질긴 주장에 “기본적으로 혈세를 더이상 쓰지 않겠다는 원칙이 있는 거고 큰 틀에선 (원칙에) 큰 차이 없다”며 “애초에 한진을 죽이려 하지 않았느냐 한다면 제가 (조양호) 회장을 만나 협상에 나서고 이런 등등을 생략해도 되지 않았겠나. 의구심을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은 혁신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각종 기구 신설과 외부인사 참여로 책임소재를 분산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실행하는 입장에서 참 고통스런 부분이 많다. 내용적으로 정말 힘든 혁신안”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행정규제기본법 폐지안, 은행법 개정안(인터넷전문은행법),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제조사 책임 강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개인정보 빅데이터 활용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82건 법안이 정무위에 상정됐다. 정무위는 17~24일 법안소위를 가동, 이들을 차례로 심사한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