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정치권 및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이 지난해 12월 신모 씨(43·여)를 상무보에 앉히기 위해 KT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13일 동아일보에 증언했다. 앞서 안 전 수석은 차 씨의 지인인 광고 전문가 이동수 씨를 IMC(통합마케팅)본부장(전무)에 심기 위해 황창규 KT 회장에게 “VIP(대통령) 관심 사항”이라며 청탁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신 씨에 관한 청탁 역시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민간 기업의 상무급 인사까지 직접 챙긴 셈이다.
대기업에서 광고,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신 씨는 지난해 12월 KT IMC본부 상무보로 입사해 올해 3월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갑자기 퇴직할 때까지 광고 발주 업무를 맡았다. 그는 2014년 대통령뉴미디어정책비서관실 행정관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복수의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10여 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면접을 통해 뽑았다. 선발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광고업계는 올해 KT 광고 24건 중 차 씨의 ‘아프리카픽쳐스’가 6건, 차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가 5건을 각각 제작한 데에는 이 씨와 신 씨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의 KT 인사 개입 의혹이 ‘최순실 게이트’의 흐름을 잘 보여 준다고 입을 모은다. 차 씨가 문화·광고·체육계에서 최 씨와 함께 이권을 따내기 위해 정부 요직과 대기업 인사 청탁, 각종 정책 계획을 최 씨에게 전달하면 최 씨는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하고,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의 운영, 장차관 인사 등 일련의 국정 농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은 검찰 수사 초기에 이미 나왔다. 최 씨의 측근인 고영태 씨(40)는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일 등을 챙기면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소통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안 전 수석과 최 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는데 둘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에 박 대통령을 넣으면 의구심이 풀린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