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KT가 사내 성범죄 논란에 휩싸였다. KT 직원이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에 게재한 설문조사 문항들이 성희롱성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1일 KT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KT는 2014년 KT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행사 ‘2014년 사번 화합의 밤’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2014년에 입사한 직원들을 포함한 KT 직원들이 함께 나섰다.
그런데 ‘2014년 사번 화합의 밤’이 치러지기 전, 직장인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가 KT의 사내성희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블라인드는 직장 메일을 통해 인증 받은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게재하는 등 이용 가능하다.
문제는 해당 설문조사 내 포함된 문항들이었다. <투데이신문>이 KT노동인권센터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블라인드를 통해 당시 게재된 설문조사에는 ‘우리 동기 사번 중에 가장 섹시하게 생긴 사람과 가장 순수하게 생긴 사람은?’, ‘우리 동기 중에 사내 커플이 된다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커플은?’, ‘오랜만에 2014사번 전체가 모였다.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면?’ 등의 문항이 포함됐다.
▲ 지난 8월 직장인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게재된 설문조사. 자료제공 KT노동인권센터 |
이에 KT직원들은 댓글을 통해 ‘대놓고 성희롱이다’, ‘대학교 OT도 이것보다는 수준이 높다’,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너무 심하다’ 등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한 직원들은 해당 설문조사 문항을 구성하고 커뮤니티에 게재한 측이 직원 개인이 아닌 행사를 주관한 KT 인사팀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댓글을 통해 ‘14사번은 설문조사 내용을 게재한 적이 없다’, ‘행사를 주관하는 인사팀에서 설문조사 내용을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댓글에는 ‘이 설문조사를 14사번이 실시한 것이라고 해도 이는 행사를 주관한 인사팀 담당자의 잘못이다’, ‘작성자가 누가 됐든 이 행사를 추진하는 회사에서 이 설문조사가 실시되도록 승인했다니 한심하다’ 등 사측에 대한 비난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KT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해당 설문조사를 구성하고 게재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해당 행사를 주도했던 직원이 재미를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KT관계자는 “해당 행사는 신입사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며 “행사를 주도했던 2014년 신입사원이 자체적으로 행사 아이템을 기획하던 중 재미를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과하다’는 의견이 있어 직원들 자체적으로 이 설문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설문조사 내용이 게재만 됐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2014년 신입사원이 아닌 사측에서 해당 설문조사를 커뮤니티에 게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사측에서는 해당 설문조사 관련, 이슈가 일어난 후에야 커뮤니티를 통해 설문조사 내용이 게재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즉 사측에서는 해당 설문조사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사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시행해 경각심을 고취하는데 힘쓰고 있다”라며 성희롱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성희롱 논란과 관련, KT노동인권센터 측은 “블라인드는 익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글을 누가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하지만 KT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희롱 교육이 얼마나 형식적인지를 보여주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해당 설문조사를 게재했든 게재하지 않았든 사내에서 모욕감을 주는 질문이 포함된 설문조사가 실시되려고 했던 점을 비춰볼 때, 성에 대한 KT 사내인식이 잘못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