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업문화, ‘최악의’꼬리표 붙은 사연 – 데일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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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2012년 4월부터 시작된 사측의 노골적인 ‘찍어 내리기’는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국가적 과제로 알려져 있던 ‘제주 7대 경관 전화투표’가 한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사기극이라는 사실을 권익위에 폭로했다. 진실을 말한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했다.

회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자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사로 이 전 위원장을 발령 냈다. 출퇴근 시간만 무려 5시간이 소요됐다. 50대 중후반의 이 전 위원장은 장시간 동일한 자세로 출근한 결과 허리에 무리가 갔다. 통증 심해져 회사에 병가와 조퇴서를 제출했지만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이에 이 사측은 이 전 위원장이 무단조퇴와 무단결근을 했다며 해임했다.

해임 이후 KT와 이 전 위원장간의 지루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2013년 4월 국가권익위원회는 KT에게 공익제보자 해고 처분을 취소하라며 이 전 위원장에 보호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KT는 이를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대법원이 징계 및 전보, 해고처분까지 ‘보복성’이라고 판단,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은 해고된 지 3년 만에 복직했다.

그러나 KT의 보복은 계속됐다. 복직한 이 전 위원장에 KT는 2013년 해고 당시 동일한 사유로 ‘감봉 1개월’ 징계조치를 내렸다.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권익위는 이를 ‘정당성이 없다’며 KT에 징계 취소를 요구했다.

▲ 대표이사 황창규

KT 기업문화의 ‘변질’

‘공익제보자’인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은 내근기술직으로 KT가 공기업이던 시절부터 재직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 KT는 ‘공공성’을 최우선가치로 삼고 지켜려했던 훌륭한 통신회사라고 말했다. 기업문화도 기술직을 존중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 주장에 따르면 KT가 변화한 이유는 ‘민영화’다. 대표적 노동집약사업이던 통신업이 기술집약사업이 되면서 기계는 인간을 대체화했다. 남아도는 노동력이 증가했다. 신자유주의 이념도 퍼지던 때라 ‘효율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전 세계적으로 실행됐다. 이 전 위원장은 이러한 부분은 쉽게 동의했다. 그러나 과정이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따로 구성, 비인격적으로 노동자들을 대우해 제 발로 나가게끔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직원퇴출프로그램의 시초 ‘상품판매팀’

KT새노조 관계자 주장에 따르면 KT의 민영화 과정은 노조탄압의 역사다. 1990년대 초반까지 철도와 통신서비스는 법적으로 독점 가능 사업이었다. 그러나 1991년 미국을 위시한 해외자본의 통신시장 개방 요구가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당시 한국통신(현 KT)의 법적 독점을 해체하고 경쟁을 도입하는 통신시장 구조개혁이 시작됐다. KT가 선택한 구조개혁은 인권 탄압 성격이 강했다. 명예퇴직, 분사 등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한 보복 인사가 가해졌다. 회사는 사업장이 전국에 위치하는 점을 악용해 비연고지로 발령을 내는가 하면 장기간의 대기발령을 내렸다.

경기가 어렵고 독립한 선배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후배 노동자들이 버티자 KT는 2003년 12월 인력퇴출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상품판매전담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명예퇴직 등을 거부한 직원들을 차별하는 등 괴롭혔고 심지어 미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각한 반인권적인 감시로 직원들은 심각한 적응장애와 불안증을 앓았고 일부는 ‘정신질환’으로 산재요양 판정을 받기도 했다.

우울증, 정신질환 등으로 노동자들이 산재판정을 받은 점이 알려지자 인권단체 등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KT 내 ‘상품판매팀’의 악행을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KT는 ‘상품판매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비난이 제기되자 결국 팀을 해체시켰다. 그러나 KT는 제2의 상품판매팀을 만들고 효율성을 위해 노동자들을 또다시 탄압하기 시작했다. 해체한 아픔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만들어 시행했다. CP프로그램이 그것이다. KT는 CP들을 퇴출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밀은 본사에서 이를 기획했다는 사람의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 과정에 본사가 작성했다는 CP 명단도 폭로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그램 방식은 CP로 분류된 퇴출대상자들의 명단을 본사 차원에서 작성한 다음 이를 지역본부로 내려 보낸다. 명단을 받은 지사가 대상자들을 괴롭혀서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스스로 사표를 쓰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KT새노조의 ‘KT는 어떻게 최악의 노동인권 기업이 됐는가’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자살한 KT노동자만 24명에 달했다.

노조탄압에 목숨을 끊은 대표적인 인물은 지난 2013년 숨진 채 발견된 광양지사 김성현(53)씨다. 2013년 6월18일 전남 광양에서 김씨가 차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차에서 발견된 유서는 2013년 단체협약 찬반투표에서 자신이 찬성을 찍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찬성’으로 기표된 자신의 투표용지 사진 위에 적혀 있었다.

“KT노동조합 찬반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서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는 말로 시작된 유서는 “15년간의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KT노사의 2013년 단체협약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2012년 기준 72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KT는 임금삭감에다가 실적 부진만으로도 노동자를 회사가 멋대로 해고할 수 있는 면직조항을 들고 나왔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안에 대해 노조가 찬반투표를 한 결과 82.1%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왔다. 노동자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제도를 노동자 본인들이 매우 반긴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런 불가사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씨의 유서로 인해 짐작 가능해졌다.

그는 유서에서 “반대 찍은 사람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며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상품판매팀 관련 인권백서를 작성한 이 전 위원장은 KT 구조조정에 대해 “KT민영화가 비록 공공성의 후퇴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파괴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가 아니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 절반 해외에 배당

KT의 민영화는 비윤리적이지만 ‘이윤’ 극대화라는 목표에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매출, 이익 모두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을 쥐어짜 핍박해 얻은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주주에게 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KT 배당성향은 높은 편이다. 민영화 이후 KT는 줄곧 50%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했던 2009년의 경우 94.5%를 배당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KT의 정부지분은 0%이고 해외지분이 절반이라는 점이다. 수출산업도 아니고 전형적인 내수산업임에도 국민 주머니를 털어서 외국인에게 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위원장은 “민영화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비용이 ‘연구개발비’다. 공기업일 당시 어느 해는 매출보다도 연구개발비가 더 많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제일 많이 늘어난 것이 광고선전비다. 메이저 언론들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 골든타임에 광고하는 것은 대부분 통신3사다. 심한 사례 제외하고는 언론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상석 기자 assh1010@daily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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