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러난 내부 비리조차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정치적 수사의 한계
– 외부 사법정의에만 기대지 말고 노동이사 등 내부 견제장치 강화해야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번 수사는 시작부터 여러 논란을 안고 있었다. 윤석열 검찰 정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KT의 시설관리 하청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고, 실제 수사 과정에서 당시 공정거래조사부장이었던 이정섭 검사가 탄핵소추되는 등 정치적 논란도 거셌다. 그러나 수사의 정치적 성격과 별개로, 이번 수사를 통해 KT 내부에 오랫동안 고착돼 있던 부적절한 거래 관행이 상당 부분 드러난 것은 분명한 긍정적 측면이다. KT 전직 임원 출신 인사가 하청업체 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KT 내부의 고위 임원이 하청업체의 경영과 물량 배분에 관여하며, 그 과정에서 KT 전·현직 임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은 정황까지 드러났다. 실제 재판에서도 전직 KT텔레캅 임직원들의 배임수재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검찰은 당초 KT 시설관리 일감 몰아주기의 최종 책임자로 구현모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검찰은 구현모 전 대표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처분하고, 하청업체 대표이사 선임에 관여했다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이 당초 제기했던 비자금 조성 의혹 역시 구현모 전 대표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8월 25일, 법원은 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1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현모 전 대표 등이 하청업체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심은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일감 몰아주기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거창하게 시작했던 KT 일감 몰아주기 수사는 핵심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된 것은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담당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등 정치적 충돌이 발생했고, 이후 수사의 초점과 강도가 크게 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결국 KT 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구현모 전 대표가 KT 대표 연임을 포기한 이후 검찰 수사가 사실상 핵심 의혹에 대한 책임 규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집중된 뒤 그마저 1심 무죄로 끝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물론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고 단정할 증거는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KT 일감 몰아주기'의 최종 윗선으로 지목했던 인물에 대해 핵심 혐의를 불기소하고, 최종적으로는 하도급업체 경영 개입 혐의마저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결과를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의 일관성과 독립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KT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소비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과거 황창규 회장 시절 이른바 '쪼개기 후원' 사건에서도 KT 임직원들이 상품권을 현금화해 11억5,000만 원 상당의 부외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억3,800만 원을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황창규 전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유지됐다. 반면 2026년 대법원은 황창규·구현모 전 대표의 회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부터 황창규, 구현모 전 대표에 이르기까지 KT의 각종 비리 의혹이 정권과 정치 상황에 따라 수사되고 소비되는 동안, 정작 회사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책임자에 대한 실질적인 단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KT가 정치권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때마다 회사의 문제가 폭로되고, 정권이 바뀌면 수사의 방향이 바뀌고, 결국 핵심 책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 추궁 없이 사건이 끝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외부의 사법정의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KT의 내부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 내부에서 경영진의 독단과 부당한 거래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하청업체 선정과 일감 배분, 계열사 거래, 임원과 협력업체 간 이해충돌 등에 대한 투명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노동이사제와 같은 내부 견제장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KT의 사업과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단순한 노동자 대표성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통신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KT는 더 이상 정치권력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기업이어서는 안 된다. 외부 권력의 수사에 의해 비리가 드러나는 기업이 아니라, 내부의 견제와 감시를 통해 비리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진정한 교훈은 검찰 수사의 결과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