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상한 부동산 매각 ‘흑자 꼼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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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내고 계속 쓰기로…장부상 2958억 ‘수익’

케이티(KT)가 전국의 지사와 전화국 등 부동산 20건을 자신이 주도한 부동산개발회사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쓰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케이티는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용산사옥(사진)을 1018억원에 파는 등 전국에서 모두 20건의 부동산을 케이리얼티제1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주식회사(케이리얼티)에 4703억원에 매각했다. 케이리얼티는 부동산투자펀드인 리츠를 설립해 자본금 2000억원과 대출 2600억원 등으로 이를 인수했다. 케이티는 리츠에 건물을 매각한 뒤 이를 다시 10년 동안 임대해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케이티는 지난해 12월 해당 부동산을 매각해 2958억원의 수익을 올린 덕분에 4분기 28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교묘한 매각으로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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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는 최근 장비 소형화 및 자동화로 유휴 부동산이 늘어나자 자회사 케이티 에스테이트와 케이티 에이엠시(AMC)를 세워 보유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이번에 매각한 부동산은 유휴 부동산이 아니라 용산사옥처럼 모두 현재 사용중인 업무용 알짜 자산이다. 불필요한 자산 매각으로 케이티는 일시적으로 경영지표만 좋아졌을 뿐 전에 안 내던 임대료를 물게 됐다.

케이티가 채택한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의 부동산 매각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케이티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황이 아닌데다 매각 상대가 제3자가 아닌 케이티가 참여한 부동산신탁펀드라는 점에서 경영실적을 포장하기 위한 매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자신이 만든 리츠에 부동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대한 기업은 케이티가 최초”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사들인 케이리얼티는 자본금 2000억원으로, 보통주 15%를 케이티가, 의결권 있는 우선주 85%를 베스타스2호 등 사모펀드와 농협·신한생명·삼성화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형식상 최대주주는 69% 지분을 보유한 베스타스2호지만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재무적 투자자인데다 케이리얼티 설립을 케이티가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케이티가 사실상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을 받는 대신 의결권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케이리얼티 우선주는 높은 배당과 함께 의결권도 주어진 게 특징이다.

케이티는 부동산 매각 의혹에 대해 “자산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부동산 자산을 선순환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케이리얼티의 우선주는 보통주처럼 의결권이 있고 케이티 지분은 15%에 불과해 자회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케이티는 또 “세일 앤 리스백으로 매각한 이유는 통신망 광대역화로 통신사업용 부동산 규모가 줄고 있는 데 따라 장비를 이전하기 전까지 현재 공간을 써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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