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회장, 임직원 인사 ‘쥐락펴락’으로 원성 드높아
– ‘반쪽짜리 민영화 KT’?…이 회장은 ‘수수방관’ 중?
KT(회장 이석채)가 들썩이고 있다. 민영화 10년을 맞이한 KT지만 아직도 정치권의 외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MB) 진영의 핵심 인사였던 이 회장 역시 레임덕에도 굴하지 않고 장밋빛 연임 전망이 나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통신업계의 비난과 함께 노사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물론, 거듭된 구조조정과 사내 직원 퇴출 프로그램으로 인해 ‘죽음의 올레 KT’라고 불릴 만큼 직원들의 자살 및 과로사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불리는 KT와 이 회장의 현황을 짚어봤다.
현재 재임 중인 이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오는 3월 열리는 1분기 주주총회를 통해서다. KT는 지난해 12월 정기이사회를 열어 차기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부임한 이래 연임과 관련해서는 “그저 임기 내 소임을 다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대외적인 선을 그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KT 수장 임용은 통신업계에서 ‘100인회’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다수의 하마평은 물론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어김없이 흔들렸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회장도 최근에 와서야 연임에 대한 열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KT의 롱텀에볼루션(LTE) 개시 기자간담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KT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KT가 우리나라의 글로벌 IT기업으로서 통신사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기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원래 이 회장은 연임에 대한 욕심이 컸으며 그동안 정치권에 입맛에 맞는 내부 인사로 ‘물밑 작업’을 해주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원급 인사 흔들기 횡포 ‘심각’
KT가 지난 5일 발표한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이 같은 비난에 힘이 실리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2명의 전무 승진자 중에는 국가정보원 출신, 전 서울시장 동생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최재근 경영홍보담당 전무는 국정원 출신으로 지난 2009년 3월 KT에 상무로 영입된 지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또한 오세현 코퍼레이트센터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으로 지난해 1월 KT에 상무로 온 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 2010년 12월 별도의 그룹콘텐츠전략실을 신설하면서까지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KT 그룹콘텐츠전략담당 전무로 선임해 크게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또한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였던 석호익 전 부회장, 여성부장관에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이춘호 사외이사, MB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인 허증수 사외이사와 서종렬 미디어본부장, 역시 인수위 출신인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등 모두 구설수에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내부 인사에 대한 칼을 빼들어 정리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인 조용택 전 CR지원담당 전무가 지난해 9월 최종원 민주당 의원과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강남 소재 룸살롱에서 수백만 원어치 술접대를 한 것에 따른 문책성격으로 같은 해 11월 조 전 전무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CR부문을 담당하던 석호익 전 부회장이 같은 해 9월 사직한 배경에도 이 회장의 ‘인사 흔들기’가 있었다는 것이 내부의 전언이다. 사안에 따른 이유나 징벌적 성격도 있지만 ‘연임을 앞둔 상황에서 시끄러운 일들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이 회장도 MB의 경제 정책을 자문하던 국민경제자문회 출신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일”이라면서 “MB 정부의 대변인 등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 만들기와 치우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직원들 강제 퇴직 프로그램에 ‘덜덜’
KT 내부 역시 “이 회장의 연임을 결사반대한다”는 움직임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KT새노조는 지난해 12월 14일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이석채 회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KT새노조 측은 “이 회장은 낙하산으로 KT에 내려와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동결, 비정규직화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서 “이로 인해 (이 회장의) 임기 동안 51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유감 표명이나 조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이 회장은 민영화 이래 대주주인 해외투기자본의 이해를 대변해 과도한 배당으로 국부를 유출시켰다”면서 “KT를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통감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태욱 KT전국민주동지회 의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2003년에 5505명을 명예퇴직시키며 기업 최다 구조조정 기록을 세웠던 KT가 이 회장이 취임한 2009년에는 5992명의 명예퇴직으로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면서 “이러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력수급이 보장되지 않고 보복성 인사까지 겹쳐 1개의 기업에서 3년 동안 50명이 넘는 직원의 자살, 과로사, 돌연사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금도 사측은 반노동·반인권 퇴출 프로그램인 씨–플레이어(C-Player)를 가동해 ‘C등급 노동자’를 지정하고 ‘표준업무절차’에 따라 기한 내 강제 퇴직시키고 있다”면서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원거리 발령, 업무전환 배치, 수치심을 유발하는 교육프로그램 투입, ‘집단 왕따’ 등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인사 문제는 지금 당장 답변할 수 없으며 연임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원래 있던 정식노조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따로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