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사회가 회삿돈 횡령과 불법정치자금 사건의 범법자, 구현모 사장의 연임 적격 결정을 했다. 이로써 KT내부의 비판과 시민사회의 우려, 국민기업의 ESG경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횡령사범이 국민기업 KT 사장 자리를 지키기에 적격하다는 이사회의 결론에 우리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욱 해괴하게도 이사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구현모 사장이 다른 경쟁 후보와의 추가 심사를 요청했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하여 계속 심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비유하자면 심판이 선수한테 당신이 승자라고 결정했는데 갑자기 그 선수가 나서서 연장전 하자고 하여 연장전을 진행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냐 말이다.
분산적 지배구조로 인해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 단위나 다름 없는 KT 이사회에서 이렇게 무책임한 결정을 한다면 CEO를 둘러싼 회사의 혼란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사회는 연임이든 부결이든 단호한 결론을 내렸어야 한다. 애매한 결정으로 혼란을 가중시킨 이번 이사회의 무책임한 결정에 대해 KT새노조는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벌써부터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구현모 사장이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 온갖 작업을 통해 연임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소문과 그와는 정반대로 사실상 이사회 분위기는 부결이었는데 구현모 사장의 강력한 의지 피력으로 뒷수습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이라는 매우 혼란스러운 루머가 회사를 둘러싸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구현모 사장이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연임 의지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분명한 것은 거듭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기업지배구조 내에서는 구현모 사장 연임을 지지하는 확실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 반면, 국민연금 등의 외부환경은 KT에게 높은 윤리적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에서 구현모 사장 연임을 적격하다고 판단한 이사회가 주도하는 심사에 나선다는 것은 다른 후보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들러리 노릇이나 다름 없게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특히 이사회의 적격 결정을 등에 업고 구현모 사장이 연임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심사 자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을 벗어날 수 없으며 이는 회사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임이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이에 우리 KT새노조는 지금의 난마처럼 얽힌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현모 사장이 자진해서 연임의지를 철회하는 것뿐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구현모 사장이 지난 3년 불법정치자금사건과 횡령 사건으로 회사의 CEO리스크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임을 수 차례 비판해왔다. 이제 그 마지막 국면에서마저 회사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보를 계속한다면 구현모 사장에게 부여된 KT 최초의 토종 CEO라는 영광마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임을 우리는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구현모 사장은 즉각 연임의지를 자진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