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통신공룡 KT, 임대사업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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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공룡 KT, 임대사업 나선 까닭은

 

오는 7월 입주 예정인 서울 흥인동 ‘동대문 리마크빌’. 전화국이 있던 케이티(KT)동대문지사 터에 지어졌다. 케이티 제공

오는 7월 입주 예정인 서울 흥인동 ‘동대문 리마크빌’. 전화국이 있던 케이티(KT)동대문지사 터에 지어졌다. 케이티 제공
전국 도심 옛 전화국 터 활용
뉴스테이 1만가구 짓기로
7월 동대문지역 797가구 첫 공급
올해안 서울·부산 4곳서 2231가구
임대료는 주변 시세 수준 정할 듯

 

서울 동대문구 흥인동 옛 케이티(KT)동대문지사 부지(4820㎡)는 예전에 ‘전화국’이 있던 자리다.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이 접해 있는 초역세권으로, 인근에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중앙시장이 있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알토란 같은 땅으로 꼽힌다.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에 있는 옛 케이티대연지사 부지(3530㎡)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지하철 경성대부경대역이 지하에서 바로 연결되는 황금 입지다. 케이티는 전국 도시 노른자위 곳곳에 이런 땅을 잔뜩 지닌 ‘부동산 부자’ 회사다. 애초 정부 부처인 체신부 조직으로 있던 시절, 구도심 요지나 사방이 트인 좋은 입지에 전화국과 중계국을 지을 땅을 수월하게 확보했던 덕분이다.

이런 부동산 자산을 지닌 케이티(KT)가 기존 전화국 부지 등을 활용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과제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기술 발달과 통신시장 변화로 전화국 등이 통폐합 과정을 겪으며 상당수가 유휴 부지가 됐는데 이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국민기업의 정권 코드 맞추기”라며 비꼬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도심 요지에 적정 주거비를 받는 임대주택 물량을 늘릴 경우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 상당한 관심을 모을 만하다.

최일성 케이티(KT)에스테이트 대표는 30일 서울 종로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리마크 빌(Remark Vill)’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서민·중산층을 위한 프리미엄 임대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겠다. 오는 2020년까지 기업형 임대주택 1만가구를 관리하는 전문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티에스테이트는 지난 2010년 케이티의 부동산 자산 개발 자회사로 설립됐으며, 통합 브랜드인 ‘리마크’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KT에스테이트 2016년 임대주택 공급계획
KT에스테이트 2016년 임대주택 공급계획

케이티에스테이트는 오는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역세권인 동대문 리마크빌 797가구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서울 영등포(760가구), 서울 관악구(128가구), 부산 대연동(546가구) 등 4곳에서 2231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이들 임대주택에는 케이티그룹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이 대거 도입된다. 뉴스테이 사업 특성상 임대료는 주변 시세 수준에서 책정되지만,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한도로 제한돼 있어 임대료 급변동기에 주거 안정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케이티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유선전화 수익 급감 등으로 매출이 정체되자 부동산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이른바 ‘목이 좋은’ 땅에 아파트 등을 지어 분양하다가 2010년 아예 별도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 전화국 건물 등의 재개발에 나선 것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케이티 전화국은 450곳에 이르며, 전화국 통폐합 진행에 따라 유휴 부지는 늘어날 수 있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광케이블 보급에 따른 통신장비 크기 감소와 인력 축소 등으로 여유 공간이 늘어나 부동산 유동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케이티의 부동산 자산 유동화 방식이 정권 입맛에 따라 춤을 춘다는 비판도 나온다. 케이티 새노조는 “케이티 경영진이 부동산 사업으로 정권과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케이티는 이명박 정부 시절엔 녹색성장 구호에 맞춰 ‘스마트워킹(Smart Working)’을 앞세웠다. 수도권 도시 전화국 건물을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을 갖춘 스마트워킹 사무실로 만들어, 재택 근무가 가능한 직장인들이 이용하게 했다. 당시 케이티는 “스마트워킹이 출퇴근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임신부 등의 재택근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세웠으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최종훈 김재섭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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