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통신비 주름살’ 이유 있었네

‘통신비 주름살’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2017.10.12 01:00
 
회사원 양현주(36)씨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8’으로 기기 변경을 하려다 어려움을 겪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이 6만9000원짜리 요금제와 한 달 1만원짜리 부가 서비스를 6개월간 써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서다. 양 씨는 “저가 요금제로는 아예 개통이 안 되니 다른 매장에 가보라고 했다”며 “10분 넘게 항의하면서 불법 아니냐고 묻자 그제야 마지못해 개통을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SKT, 저가 요금제 비율 9%로 묶어
통신비 따라 판매 장려금 차등 지급
KT·LG유플러스도 사정 엇비슷

이통사 “대리점 차원서 결정한 일”
유통망 “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전문가 “위법 소지, 거부해도 무관”

대학원생 장 모(31)씨도 통신사 직영 판매점을 통해 LG전자 스마트폰 ‘V30’를 구매하려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직원이 “본사 정책상 기존에 쓰던 최저 요금제로는 개통이 안 된다”고 해서다. 장씨가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묻자 “그런 지침을 내린 적이 없는데 매장에서 임의로 그렇게 운영한 것 같다”며 “원하는 요금제로 개통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갤노트8과 V30 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소비자가 통신사 판매점·대리점으로부터 고가 요금제를 강요받는 사례가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각에선 통신사들이 이를 알면서도 묵과하거나, 일부 유도하는 경우도 있어 가계 통신비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11일 공개한 자료에서도 SK텔레콤은 본사 차원에서 지역 영업본부에 저가 요금제인 ‘29 요금제’ 유치 비율이 9%를 넘지 못하도록 정책 목표를 설정했다. 대신에 고가 요금제 유치를 유도했다. 예컨대 월 8만8000원짜리 ‘T 시그니처 80’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1건 유치하면 실적에 1.3건으로 반영해주며 판매 장려금을 더 지급했다. 
  
추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KT도 유통망이 애플 ‘아이폰7’ 신규 가입자 유치 때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하면 저가 요금제 대비 최대 6만원의 장려금을 더 지급했다. LG유플러스도 ‘데이터 2.3’ 요금제를 기준으로 유통망에 장려금을 차등 지급(8만8000원)했다. 
  
대리점들은 실적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가 요금제를 권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통신사가 선호하는 고가 요금제 유치 실적을 못 올리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최신 스마트폰 물량을 충분히 할당받지 못하거나 장려금 삭감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A통신사 관계자는 “장려금 삭감은 시도한 일조차 없다”며 “대리점들은 자신들이 자의적으로 정한 장려금 최대치에 못 미치는 액수를 받았을 때 이를 삭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 활성화를 위해 일부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건 맞지만, 이는 기업의 경영 활동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경우 지난달 매출 정책으로 요금제 구간에 따라 1만~3만원의 장려금을 초과 지급했다. 이는 인센티브일 뿐 차감 개념이 아니며, 액수 또한 이용자 차별 논란이 나올 만큼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B통신사 관계자도 “이는 본사 정책과 무관하다”며 “현실적으로 전국의 수많은 모든 대리점을 제대로 관리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고가 요금제를 강요하지 않도록 유통망에 지속적으로 지침을 내리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하면서 문제가 있는 곳엔 계도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살 때 ‘본사 정책’을 명분으로 고가 요금제를 강요받더라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9조 3항은 통신사들이 유통망에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지시·강요·요구·유도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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